PC방 전원차단 폭력성 실험, 전설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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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리기자’ 3편을 사과영상으로 찍으려고 했어요. 그동안 사과할 기회가 마땅치 않았고….” 기자와 통화한 유충환 MBC 기자(43)의 말이다. 그런데 사과라니. 그 사건은 ‘폭력 수위가 높은 인터넷 게임이 아이들의 심성에 폭력적으로 작용한다’는 명제를 입증(!)하기 위해 한 PC방의 전원을 내리는 실험을 담은 보도(사진)다. 유 기자가 두꺼비집 전원을 내리자 한참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들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온다. 2011년 2월 보도였다. 9년이 지났지만 지금 봐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획했는지 궁금하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정치권과 연계해 게임 셧다운제를 지지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고, 게임 마녀사냥 그런 의도는 더더욱 아니었어요.” 유 기자의 회상이다. 발단은 한 초등학교 4학년 엄마의 제보였다. 초등학생들이 성인용 PC게임을 하며 채팅으로 주고받은 욕설을 접하고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제보 담당자도 오간 채팅 내용을 출력해 들고 왔는데 놀라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어요.” 당시 보도에 그 ‘충격’을 담았다지만 그는 “당시 경솔했고, 잘못된 보도의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의욕만 넘쳤던 것 같습니다. 한정된 시간에 연차도 어렸고, 깊게 생각 안 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당연히 논리가 성립되지 않은 실험이었죠. 대조군이 없었던 것도 맞고요.”

실험은 당시 코멘터였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던진 ‘아이디어’에 착안해 바로 실행에 옮겼다. 경기 안산의 한 PC방을 섭외해 주인의 양해를 얻은 뒤 전원을 끄는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나온 의혹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아이템 거래를 하던 중 망친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도 있지만 실은 실험을 하기 전에 학생들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 미리 다 체크했습니다. 실험 이후에 ‘형이 미안하다’고 사과했죠.”

뭐 그렇다 치자. 새로 론칭한 ‘대리기자’는 어떤 콘셉트? “개인 유튜버와 달리 아무래도 저희는 뉴스입니다. 플랫폼이 유튜브라도 저널리즘이 들어가 있겠죠. 이슈 현장이나 실험에도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을 추구하려고 해요.” 사과하더라도 아마 비난은 남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을 따라다닐 업보다. 기왕에 시작하는 거, 이번엔 실수가 없기를.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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