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열리는 ‘미술계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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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집들이’를 많이 한다.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생각할 독자들도 꽤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집을 옮길 때는 물론 작업실을 옮길 때도 집들이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예술가들도 있지만, 이들도 꼭 집들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는 일부 미대에서 운영하는 오픈 스튜디오 프로그램으로, 보통 2~3학년들이 자신의 학교 작업실을 공개하는 것이다. 완성 작품은 물론 작업 중인 작품들도 함께 거는 경우도 많은데, 보통 외부인들도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이은재 작가의 <겹쳐진 장면- 누운 남자>

이은재 작가의 <겹쳐진 장면- 누운 남자>

다른 하나는 각 지자체의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예술가 창작 스튜디오나 레지던시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입주작가 소개전이나 프리뷰 전시다. 보통 공모전을 통해 선발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로, 전시 작품들은 거의 입주 전까지의 구작들로 구성된다. 지금까지 이런 작업을 해온 작가 누구누구라고 소개하는 전시인데, 문화재단이 지역 주민들에게 이 작가들과 함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알리는 행사이기도 하다. 이와는 별도로 작가들이 입주하고 있는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추가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미술계의 집들이는 보통 개최되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대부분의 레지던시가 1년 일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즉 이사하기 좋은 계절인 봄에 집들이도 함께하는 것처럼 레지던시가 신규 입주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봄에 보통 프리뷰 전시를 하게 마련이다.

대구예술발전소 1층의 키즈 아트 팩토리 내부 / 필자 제공

대구예술발전소 1층의 키즈 아트 팩토리 내부 / 필자 제공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피해가 컸던 대구에서도 대구미술관이나 대구예술발전소 등이 지난 5월 20일 재개관했다. 생활방역 원칙에 따라 사전예약을 해야 하고,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하지만 시간당 관람인원을 제한해 2m 이상 거리를 두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대구예술발전소의 2020년 집들이라 할 수 있는 <레지던시 입주작가 프리뷰전>은 6월 14일까지 시민을 맞이하고 있다. 평년의 일정이라면 2월부터 작가들이 입주를 시작해 3월에는 진행되어야 했을 입주작가 소개전이 3개월이나 연기된 셈이다. 중·장기 입주작가 18팀이 참여하는 전시로, 이은재의 대형 설치작품 <겹쳐진 장면- 누운 남자>부터 이샛별의 유화 작품 <녹색 에코 6>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대구예술발전소 1층부터 5층까지 작품이 큰 위화감 없이 설치되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재개관을 맞춰 새롭게 단장한 2층의 카페와 1층의 키즈 아트 팩토리도 잊지 말고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지하철 달성공원역에서 걸어서 3~5분 거리에 있는 대구예술발전소는 국내 다른 국공립 레지던시들과 비교해도 접근성이 탁월하다. 그래서 국내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일반 시민과 다소 유리된 채 운영된다는 비판을 불식시킬 가능성도 높다.

한편 충북 청주 상당구에 있는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도 입주작가 프리뷰전 <난립예정지(亂立豫定地)>를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근처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나 청주시립미술관 중 하나와 묶어 일정을 계획하면 하루 나들이로는 충분하다.

<정필주 예문공 대표·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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