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국악의 참신성·실험성·대중성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국악 퓨전 활동은 무척 흥미롭다. 대중음악의 이런저런 장르와 결합한 전통음악은 본연의 모습과 다른 인상을 풍긴다. 까다롭게 느껴지던 음악이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분위기가 한층 오묘해지기도 한다. 구성진 곡조가 감미롭게 바뀌거나 음울했던 것이 경쾌함을 뽐내는 등 특이한 변화를 이뤄낸다. 일련의 작업을 통해 국악 퓨전은 참신성·실험성·대중성을 획득한다. 최근 출시된 예결·추다혜차지스·제나탱고의 음반이 그렇다.

제나탱고의 새 앨범 ‘제나’

제나탱고의 새 앨범 ‘제나’

2018년 솔로로 데뷔한 뒤 본인의 이름을 내건 밴드로 두 장의 미니 앨범을 더 낸 소리꾼 예결이 다시 솔로로 돌아왔다. 서도민요(평안·황해도) 위주로 꾸렸던 전작과 달리 새 미니 앨범 ‘일기장 Part 1’에서는 서도민요(<긴 난봉가>)뿐만 아니라 경기민요(<흥타령>)와 경상도민요(<통영 개타령>)까지 소화했다. 이로써 앨범은 수록곡 수가 적음에도 어느 정도 다양성을 내보이게 됐다.

이전 앨범들에는 밝은 곡도 담았으나 이번에 선보인 노래들은 대체로 차분하다. <긴 난봉가>를 재해석한 <상사병>은 팝 발라드, <통영 개타령>이 모티프가 된 <순돌타령>은 컨템퍼러리 R&B의 인자를 들였다. 타령 특유의 구수한 선율과 고전적인 후렴이 거듭해서 나타나지만 온화한 장르가 바탕이 된 덕에 노래들은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흡족하게 표현한다. 현대적인 노랫말도 편안한 감상을 돕는다.

첫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발표한 추다혜차지스는 음악팬들에게 낯선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밴드를 이끄는 추다혜가 씽씽에 속했던 사실을 확인하면 생소함은 금세 사라질 듯하다. 2017년 데뷔한 씽씽은 민요와 록을 버무린 음악, 남자 멤버들의 과장된 여장으로 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씽씽이 휴식을 선언한 이후 추다혜는 새로운 그룹을 결성해 산뜻한 퓨전의 세계를 연다.

추다혜차지스의 첫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추다혜차지스의 첫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앨범은 우악스러운 하드록 반주에 랩을 하듯이 빠르게 만담을 뱉는 첫 곡 <언두>부터 강한 흡인력을 낸다. 소리의 여백과 울림을 부각하는 레게 덥 양식에 사이키델릭을 접목한 <비나수+>, 후반부에 재즈록으로 변모하는 <사는새>, 가벼운 펑크(funk) 리듬을 펴놓은 <리츄얼댄스> 등 면면도 다채롭다. 복합적인 구성, 몽환적인 사운드와 차지게 어우러지는 추다혜의 가창은 민요를 색다르게 느껴지도록 해준다.

이름으로 추구하는 스타일을 명시한 제나탱고는 희소성 있는 팀이라 할 만하다. 탱고를 재료로 택한 전통음악 퓨전은 이따금 만난다. 그러나 국악과 탱고의 혼합을 강령으로 취한 뮤지션은 거의 없다. 이러한 까닭에 작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은 특별했다.

제나탱고는 새 앨범 ‘제나’에서 그들만의 노선을 이어 간다. 그러면서도 <아리랑>을 테마로 만든 <누에보산조>, 프로그레시브 록을 전통악기로 구현한 듯한 <시간의 항해>같이 국악에 더 중점을 둔 곡들을 수록해 변화도 모색했다. 또한 <묘서뎐 -고양이와 쥐>처럼 탱고의 이국적인 정취와 아기자기함을 고르게 버무린 곡으로 유쾌한 퓨전을 들려주기도 한다. 진함과 순함을 고루 갖춘 앨범이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문화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