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쇼는 계속돼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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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도시를 봉쇄하는 전대미문의 곤경을 불러오자 공연계에선 랜선 공연이 늘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공연’을 ‘영상’에 담아 ‘스트리밍’이 가능한 ‘랜선’을 통해 한시적으로 무료 공개하는 시도들이다.

The Shows Must Go On 유튜브

The Shows Must Go On 유튜브

영국의 뮤지컬 작곡자 겸 제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쇼는 계속돼야 해(The Shows Must Go On)’도 매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랜선 공연 캠페인이다. <오페라의 유령>·<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등 지금도 전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자신의 작품들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초창기 흥행작인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도 그 대열에 합류시켜 주목받았다.

뮤지컬의 원래 제목은 <조셉 앤드 디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다. 제목으로 쓰인 이름 조셉은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요셉의 영어식 발음이다. 야곱의 아들 중 하나인 그는 형제들의 시기와 반목으로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파라오의 꿈을 잘 풀이해 재상에까지 오르는 극적인 체험을 한다. 세월이 흘러 부강한 나라 이집트에 곡식을 얻으려 형제들이 찾아오자 짐짓 막냇동생인 벤저민에게 누명을 씌워 형제들의 우애를 실험하지만, 결국 자신의 일을 뉘우치던 형제들이 벤저민 대신 벌을 받겠다고 하자 정체를 드러내 금의환향했다는 이야기다.

무대용 뮤지컬로 꾸며진 <요셉 어메이징>은 웨버가 열아홉 살 때 자신보다 세 살 연상이었던 작사가 팀 라이스와 의기투합해 만들었던 작품이다. 원래는 런던의 한 사립 초등학교의 학예회용 음악으로 구상했지만, 극적 완결성과 뛰어난 아이디어는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스쿨 프로덕션이 시도되는 인기 레퍼토리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이 공연의 재미는 단순히 잘 알려진 성서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연은 10대 천재 작곡가의 작품답게 갖가지 장난스러움과 유머 감각을 담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는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로큰롤을 노래하고, 형제를 노예로 팔기 위해 작당을 하는 장면에서 형제들은 느닷없이 선글라스를 꺼내 쓰며 쑥덕공론을 펼친다. 이집트 부호 포티파도 나오는데, 내레이터는 그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사고파는 부동산 중개업으로 돈을 번 사람이라 설명한다. 그야말로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만화 같은 뮤지컬인 셈이다.

랜선 공연에 대한 오해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객이 전도됐다. 서구에서 공연의 영상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된 실험이기 때문이다. 랜선 공연에 참여하는 대부분 작품은 그동안 유료 판매되던 영상물들을 특별히 무상 공개한 경우이다. 공연과 영상의 만남이 위기의 순간 세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좋은 도구로 활용된 셈이다. 우리로서는 이래저래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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