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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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내내 미약했다. Mnet 음악예능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는 이렇다 할 열기를 발산하지 못하고 4월 말 조용히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매체들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편이었다. 전파를 탈 때마다 화제에 오른 <쇼미더머니>나 <고등래퍼> 같은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오랜만에 방송에 나선 열두 명의 래퍼들은 초라하게 퇴장했다.

<2020 대한민국> 앨범 커버

<2020 대한민국> 앨범 커버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홈페이지에 소개된 래퍼들의 모습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홈페이지에 소개된 래퍼들의 모습

프로그램의 부진은 어쩌면 뻔한 결과였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는 45RPM·얀키·원썬·주석·허니 패밀리 등 2000년대 초·중반 국내에서 힙합이 확산하는 데에 중대한 역할을 한 대선배 래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역사적으로 대단한 인물들이지만 젊은 힙합 애호가들은 이들의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다. 대부분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또래 래퍼들의 음악을 즐긴다. 힙합의 핵심 소비 고객의 취향에서 벗어난 섭외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었다. 초반에는 청중이 존재했으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점점 심해짐에 따라 3회부터는 관객 없이 무대를 가져갔다. 공연이 주된 메뉴인 프로그램에 호응하고 환호하는 사람이 부재한 탓에 현장감이 살지 않았다. 시청자들로서는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토너먼트를 배제한 연출도 프로그램을 밍밍하게 보이도록 한 요인 중 하나다. 대체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는 제작진이 제시한 주제에 맞춰 출연자들이 노래를 선보이는 리사이틀 형식으로 진행됐다. 더러 경합을 벌이긴 했어도 탈락자를 결정하려는 활동은 아니었다. 대중은 그동안 방영된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치열한 대결, 당락이 판가름 나는 구성에 익숙해진 상태다. 이런 자극적인 장치를 뺐으니 이목을 끌기가 더 어려웠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프로그램은 묵묵하게 처음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한국에서 힙합이 번성하는 기점이 된 컴필레이션 앨범 <1999 대한민국>을 생각해 <202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출연자들과 동료 뮤지션들이 힘을 모아 제작한 앨범은 마지막 회가 방송된 이튿날인 4월 25일 공개됐다. 과거 <대한민국> 시리즈처럼 이번 역시 참가자들이 함께한 노래(<오리지날>)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애석하게도 앨범을 향한 음악 팬들의 반응 역시 미지근하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드는 <쇼미더머니>·<고등래퍼>와는 판이한 그림이다. 인기가 저조한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히트곡이 나올 리 만무하다.

비록 성적은 변변찮았지만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가 편성만으로도 뜻깊다는 점을 부정할 순 없다. 최근 많은 젊은 힙합 마니아가 연차가 오래된 래퍼들을 퇴물이라고 부르면서 빈정거린다. 존중이 사라진 시대에 한국 힙합의 옥토를 일군 선배들을 조명했다는 점은 훌륭하다. 중년 세대는 프로그램을 통해 옛 기억을 곱씹었고, 젊은 세대는 잘 몰랐던 1세대 래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될지 미지수지만 신구 세대를 이어줄 이런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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