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TV조선, 종편 역할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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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이번에도 한 번만 봐줄게.”

마음 떠나고 정떨어진 지리멸렬한 10년 연애도 이렇게 관대하지 않을 것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4월 20일 과천 방통위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4월 20일 과천 방통위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세 번째 심사마저 종편채널들의 손을 들었다. 방통위는 지난 4월 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을 의결했다. TV조선의 재승인 기간은 3년이며 채널A는 4년이다. 조건을 미이행하거나 진술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부 승인이다.

이번 심사에서 TV조선과 채널A는 재승인 기준 점수인 650점을 토대로 각각 653.39점, 662.95점이라는 턱걸이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TV조선의 경우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등 중점심사 항목 점수로 ‘과락’이 발생해 재승인 취소가 점쳐지기도 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TV조선이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에서 과락했다는 점”, 그리고 “채널A는 언론사상 유례없는 협박취재와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검찰수사까지 받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재승인 취소를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두 종편의 재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해 2주 만에 24만 명이 동의 서명을 했다.

종합편성채널은 말 그대로 뉴스·교양·드라마·예능 등 모든 장르의 방송을 편성할 수 있는 채널을 말한다. 채널A와 TV조선은 종편의 기능과 역할을 다 하고 있을까?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드는 뉴스·교양·예능의 경우는 문제가 없다. TV조선은 <미스 트롯>·<미스터 트롯>이라는 국민 예능을 만들어냈고, 채널A는 <하트시그널>·<도시어부>가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큰 제작비를 들여 때로는 적자를 감수하고 만들어야 하는 드라마다. 이들은 종편채널이라는 명목상 요건을 지키기 위해 간헐적인 편성으로 작품을 내는 상황이다. 간간이 제작되는 드라마에도 불협화음이 잦다.

최근 TV조선 <어쩌다 가족>은 제작사의 배우·스태프의 임금 미지급 건으로 촬영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출연료 완납’이란 조건을 내세워 계약을 맺은 주연급 배우를 제외한 배우, 촬영 및 제작 스태프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어쩌다 가족>은 2주 연속 결방되고 있다. 결방 당시 TV조선 측은 “‘코로나19’의 선제적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일정 조정 탓”이라 해명했지만, 사실은 임금을 받지 못한 스태프들의 보이콧이 결방 원인이었다. 채널A의 드라마 제작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방송사 관계자에 따르면 “자사가 지난해 시행한 ‘제1회 채널A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전’ 수상자들의 작품을 모두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식을 들은 당선 작가들은 그저 허망할 따름이다. 이는 품이 많이 드는 방송사 자체 제작 드라마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불균형한 제작 형태로 종편채널다운 편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황금 채널 배정’, ‘1사 1렙 광고제도(광고 대행사업자 허용)’ 등 그동안 쏟아졌던 특혜는 회수해야 마땅하다. 지상파 혹은 다른 케이블 채널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유진 스포츠경향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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