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비대위 부회장 이종덕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1석 1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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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국경을 폐쇄하고, 경제는 공황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짧게는 4~5월, 길게는 7~8월까지 갈 것이고, 심지어 ‘일상적 사태’가 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다행히 우리는 선제적 방역으로 세계 수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만 한 가지 ‘옥에 티’는 여전히 마스크를 사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아마 4·15총선 승부의 분기점은 코로나19가 아닌 마스크가 될 것이란 예상이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세계 공통이라는 점이다. 이미 전 세계의 마스크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희복의 인물탐구]개성공단기업비대위 부회장 이종덕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1석 11조”

서울 북서쪽 국내 최대 도심형 공장 삼송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주)영이너폼에는 분주히 기계가 돌고 있다. 한쪽에서 원단을 자르면 기계로 압착하고, 봉제로 완성품을 만들어낸다. 여성 기능성 속옷과 마스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여기서 생산하는 것은 ‘Sofree(소프리·그토록 자유로울 수 없다)’라는 상표의 항균마스크로 ‘연예인 마스크’라 부른다. 구리원사가 들어가 있어 냄새가 나지 않고, 면 마스크 3배 필터링 기능이 있다고 한다. 이 공장은 직원 60~70명이 3교대로 토요일 밤까지 가동한다. 그래도 요즘 마스크는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이종덕 사장(61)은 베트남에 이보다 큰 공장에서 450명의 직원이 같은 물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공장에서 만드는 항균마스크에 필터만 부착하면 빨아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침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연구팀이 나노섬유를 이용한 세탁이 가능한 필터 ‘멤브레인’을 개발했다. 이 사장은 현재 개성공단에 ‘잠자는’ 미싱과 인력만 활용하면 전 세계 마스크 대란을 금방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3월 13일 그를 삼송테크노밸리 공장에서 만났다.

개성공단 가동하면 마스크 대란 해결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말이 나왔다.

“이 아이디어는 처음 개성공단기업비대위에서 나왔다. 코로나19에 굳이 KF94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면 우리가 만드는 봉제마스크에 필터만 갈아 끼우면 된다. 마스크 대란은 오래 갈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필터교체용 봉제마스크를 만들어 우리 소요를 충당하고 수출도 할 수 있다. 이는 개성공단 재가동의 단초를 만들고, 개성공단이 추구하려 했던 평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릴 수도 있다. 그래서 통일부에 정식 공문을 제출했다.”

-그런데 통일부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내가 알기로 통일부도 처음에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를 이슈화하지 말자’고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그는 이와 관련해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오프더레코드를 요청했다)”

-이 문제는 4월 총선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다. 현재 마스크를 생산하고 특히 개성공단 경험자 입장에서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은 가능한가.

“정부는 안 되는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시설 점검인데,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청소와 정비를 하면서 미리 준비한 미싱 부품을 교체하면서 가동하면 된다. 개성공단에는 124개 기업이 있고 이중 73개가 봉제업체다. 봉제업체에만 근로자 3만5000명이 있다. 이미 전기는 공동연락사무소에 2만kWh가 들어가 3만5000명 모두 출근해 미싱을 돌려도 남는다. 공업용수나 폐수종말처리, 통신 등 아무 문제 없다. 시작만 하면 3일에서 1주일 안에 생산이 가능하고, 2주 안에 마스크를 반출할 수 있다.”

-지금 정부는 마스크 생산 공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터 등 원자재가 부족해 마스크를 많이 생산하지 못한다고 한다.

“개성공단에 에버그린이라고 마스크 필터공장이 하나 있다. 우리가 개성공단에서 만들려는 마스크는 봉제용으로 필터를 교체하는 것이다. 현재 필터원사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KF94 마스크 1개 만들 원사면 봉제용 마스크 필터 3개를 만들 수 있다. 원료는 3분의 1밖에 안 들면서 생산량은 3배로, 마스크 부족 문제를 금방 해소할 수 있다. 게다가 환경 오염원인 일회용과 달리 봉제용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정부의 생산 불가 이유 조목조목 반박

정치적 이유를 고려하지도 않고 현재 마스크를 만들고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가동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실무자가 ‘가능하다’ 그것도 ‘유리한 점이 여럿이다’라는 주장에 뭐라 반박할 사유를 찾지 못한다. 정부가 세 번째 불가 이유로 든 것이 ‘숙련된 3만5000명 근로자를 모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현재 유엔제재로 해외에 나갔던 북측 근로자들이 속속 귀국하고 있다”면서 “내가 알기로 개성공단 근로자 5만5000명의 75%는 하루 만에 출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든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3가지 불가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결국 문제는 북측이 개성공단에서 마스크 생산에 동의하느냐와 이것이 유엔제재 대상이 되지 않느냐, 그리고 우리 정부가 이를 추진할 자신감을 가졌느냐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 ‘세계적으로 매우 빠른’ 지난 1월 22일 중국과 국경을 폐쇄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방역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로동신문>은 평북 정주에 있는 비누공장을 소독제 공장으로, 의복공장을 마스크 공장으로 개조해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장은 3월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의미를 환기시켰다. 그는 “‘(한국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는 대목은 사실상 공동방역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도 당연히 마스크 부족 사태를 겪고 있을 것이다. 그는 “개성공단 인건비가 벌크캐시(대량 현금 지급)로 유엔제재에 걸린다면 북측에 필요한 마스크를 현물로 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종덕 사장이 공장에서 마스크 생산을 지도하고 있다.

이종덕 사장이 공장에서 마스크 생산을 지도하고 있다.

어떤 이는 만에 하나 우리 기술자와 북측 종업원이 같이 작업하다 방역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도 개성공단에서는 단 한 명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부의 투명성과 신속한 통제성”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개성공단만큼 통제가 용이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내에는 병원도 있고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과 개성시를 하나로 묶어 방역하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남은 문제는 이를 추진할 정치·외교적 문제다. 뿐만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어떻게 비약·전개될지 정치적 판단이 관건일 것이다. 그 배경에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이른바 ‘북풍’의 우려다. 그러나 이번 북풍은 과거처럼 ‘총을 쏴 달라는 냉전의 북풍’이 아닌 ‘세계적 감염병에 맞서 같이 살자는 인류애의 훈풍’이라는 점이다.

정부·여당의 또 다른 고민은 개성공단이 ‘퍼주기’ 혹은 ‘북핵 개발 자금줄’이라는 가짜뉴스를 믿는 국민이 아직도 적잖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언론은 ‘개성공단 장비를 모두 뜯어 중국에 팔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나중에 가보니 우리가 두고 나왔던 재단물 하나, 사무실에 놓고 나왔던 칼 하나도 정확히 그대로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언제 개성공단에 들어가 무슨 제품을 생산했나. 공장은 잘 운영됐나.

“2007년 개성공단에 땅(1500평)을 분양을 받아 2008년 공장을 지어 남녀 속옷, 특히 기술이 많이 들어간 융착제품을 생산했다. 2015년 최고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는데 임가공으로 100억원이면 실제 매출은 300억~400억원이 된다. 폐쇄 직전 1월 한 달 10억원 넘게 매출을 올렸는데 2월에 갑자기 문을 닫았다.”

개성공단 폐쇄 보상금 절반도 못 받아

-개성공단 폐쇄 후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개성과 베트남 차이가 어떤가.

“개성공단이 훨씬 유리한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우리 임가공 기술자 대부분 이 분야 출신 50~60대다. 이분들 외국어, 특히 영어가 안 돼 베트남 직원과 소통에 문제가 많다. 두 번째가 개성공단의 무이직률이다. 베트남은 직원 이직률이 20~30%에 이른다. 말도 안 통하는데 가르치면 그만두고, 또 가르쳐야 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말이 통하고 이직이 없어 기술숙련도를 최고로 높일 수 있다. 당연히 최고 퀄리티의 생산품을 만들 수 있다. 세 번째는 물류다. 베트남은 가는 데 10일, 오는 데 10일이다. 개성은 반나절이면 갔다 온다. 비용과 시간이 엄청 절약된다. 급여는 차후 문제다.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해보니 가장 절실함이 그 3가지다.”

-개성공단이 ‘북한에 퍼주기’라는 오해를 샀다. 특히 북핵 개발 자금원이라는 오해 때문에 정부도 재개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실제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해보니 그런가.

“객관적으로 개성공단이 중단됐을 때 북핵 개발 사이클이 훨씬 빨랐다. 우리가 준 임금의 30%를 북측 정부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직원에게 쿠폰으로 준다. 180달러 주면 60달러는 북측 정부가 가져가고 나머지 120달러치 쿠폰으로 4인 가족이 생활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직원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중에 화장품·휴대폰 사고 가전제품도 산다. 북측 정부가 생활비를 빼앗아 갔으면 직원 생활 수준이 그리 높아졌겠나. 게다가 북측은 떼어간 30%로 개성공단 건물·도로·병원 다 관리해준다. 공단 관리비를 제하면 얼마나 핵개발에 전용됐겠나. 실제 우리는 북측에 1개를 주고 10개를 받아왔다. 김진향 이사장 말대로 ‘퍼주기가 아닌 퍼오기’였다. 남측의 많은 유통업체 직원도 그 덕에 먹고살았다.”

-개성공단 폐쇄로 78억원을 손해봤다고 했다. 보상받았나.

“절반도 안 되는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면 받았던 돈을 갚아야 한다. 경협 보험비로 1년에 1000만원 이상을 냈고, 영업손실로 개성공단 입주자 절반 이상이 망했다. 만약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복구비용도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 그걸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이 사장은 1959년생 충남 금산 출신이지만 일찌감치 경기 고양에서 성장했다. 명지대 무역학과를 나와 속옷회사인 BYC에서 근무했다. 1999년 독립해 경기 광명시에 속옷 공장을 운영하다 2007년 개성공단을 분양받아 진출했다. 그는 속옷 분야에서도 동일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7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마스크 관련 특허도 4개나 된다. 그는 “분양받은 개성공단 공장은 한창때 100억원을 호가했다”면서 “잠긴 그 재산을 찾기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마스크 부족 사태 역시 전 세계의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나열해 보자.

하나, 이는 일회용이 아닌 친환경이다. 둘, 원료가 3분의 1밖에 안 들어 3배나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셋, 마스크 부족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 넷, 북에도 부족한 마스크를 인건비 대신 지원할 수 있다. 다섯, 여유분을 수출해 외화도 벌 수 있다. 여섯, 세계적 감염병 극복에 앞장서 기여할 수 있다. 일곱, 개성공단 기업인을 살릴 수 있다. 여덟,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아홉, 미국과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방위비를 절감할 수 있다. 열, 세계에 개성공단이 진정한 평화경제의 모델임을 인식시킬 수 있다. 열하나, 정부·여당이 4·15총선에서 유리할 수 있다…. 1석 11조, 그 이상이다.

<글·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사진·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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