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대응 온라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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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4년 전 ‘사이버미술관’에 관한 보고서를 쓴 적이 있다. 온라인 전시보다는 ‘사이버 갤러리’라는 말을 더 즐겨 쓰던 때다. 갤러리, 미술관의 사이버정책이 온라인 영역의 가능성을 실험하기보다는 오프라인 전시의 보조역할에 머무는 ‘2% 부족한 마인드’에 대한 아쉬움에서 시작된 보고서였다. 운 좋게도 보고서는 공개되자마자 기사화되었는데, 필자를 인터뷰하던 기자가 “장애인·어르신 등 특히나 미술관 방문이 어려운 분들, 사회적 약자들에게 사이버상의 미술전시가 큰 도움이 되겠다”며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온라인 전시 장면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온라인 전시 장면 / 국립현대미술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부분 국·공립, 사립미술관들이 장기 휴관에 들어간 요즘, ‘온라인 전시’를 대안으로 관객들과의 접점을 이어가려는 국내·외 노력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는 지난해 서울관·덕수궁관·과천관에서 막을 올린 전시인데, 유튜브에 개설되어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채널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단순히 전시 전경과 작품을 나열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큐레이터 라이브 전시투어’라는 콘셉트로 전시기획을 담당한 큐레이터가 직접 작품이 설치된 전시장에서 작품 클로즈업 기능과 함께 해설을 진행한다. 1부 덕수궁 전시는 32분 분량, 2부 과천관 전시는 1시간 분량으로 영어자막도 제공한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또한 38회를 맞은 올해 참여작품 위주로 구성한 온라인 전시를 개최 중이다. 네이버와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화랑미술제×아트윈도 온라인 특별전>은 3월 31일까지 네이버 아이디 로그인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온라인 전시장에 접속할 수 있는 아트바젤 홍콩 홈페이지 / 아트바젤 홍콩

온라인 전시장에 접속할 수 있는 아트바젤 홍콩 홈페이지 / 아트바젤 홍콩

코로나 사태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전시를 기획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은 예정된 올해 행사(3.19~21, 홍콩 컨벤션전시센터)를 취소하고, 그 대신 ‘온라인 뷰잉룸’(3.20~25, artbasel.com/viewing-rooms)을 개최한다. 실제 진행되는 전시 현장을 촬영한 기록물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취소된

아트바젤 홍콩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던 작품들을 새롭게 꼽아 기획한 ‘온라인 전용’ 전시로, 실시간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홍콩의 미술관이나 갤러리 또한 코로나 사태로 전시가 대부분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온라인 감상 플랫폼 ‘Art Power HK’을 3월 출범시킬 예정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비영리 사립미술관인 ‘엠 우즈’ 또한 <예술은 여전히 여기에 있다: 휴관한 미술관을 위한 가상 전시>라는 이름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취소된 전시를 대신하는 온라인 전시를 기획해 공개했다.

물론 세계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의 온라인 경매나 가고시안 등의 상업 갤러리들이 운영해 오고 있는 온라인 감상실처럼, 온라인 전시에 대한 미술계의 관심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서부터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온라인 전시들은 관객과 전시·작품의 연결, 예술 행위의 가장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작품감상’ 행위의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고무적이다.

<정필주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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