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망미동’과 도시재생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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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3~4회 부산을 찾는데, 요즘에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수영구 망미동의 한 골목으로, 2016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도 활용되었던 복합문화공간 ‘F1963’이 있다. 부산지하철 3호선 망미역에서 마을버스로 약 5분 안팎에 닿을 수 있는데, 망미역 주변에 생겨나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이나 작은 전시공간까지 포함해 일종의 문화예술구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수영고가도로 밑에 설치한 컨테이너형 시설물을 활용하는 복합문화공간 ‘비콘그라운드’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조현화랑이 있는 달맞이길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거리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Blind Spot>전에서 전시 중인 정수정 작가의 작품 ‘밤의 산을 가르다’(2018)

전에서 전시 중인 정수정 작가의 작품 ‘밤의 산을 가르다’(2018)

물론 관 주도의 개발(비콘그라운드의 경우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가 운영한다.) 이상으로 문화예술거리의 성장에 중요한 것은 바로 민간의 적극적이며 장기적인 참여다. 망미동의 경우 2018년 개관한 국제갤러리 부산점, 2019년 서울에서 이전한 갤러리 메이 등은 그러한 적극적 참여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6만3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한 국제아트페어 <아트부산>의 운영 주체인 ‘아트부산&디자인’은 2월 6일 개막한 전시 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F1963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아트부산&디자인의 사옥 1층과 지하를 전시장으로 하여 정수정·권현빈·강현선 3인의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인 은 2월 21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개방된다. F1963에 있는 국제갤러리 부산점도 호주의 회화 작가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개인전 <항명하는 광휘>를 2월 29일까지 공개 중이다.

아트부산&디자인 사옥 / 필자 제공

아트부산&디자인 사옥 / 필자 제공

물론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에 문화콘텐츠가 집중되고 있는 문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이 상황에서 민간사업자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보고 수도권 외 지역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카페나 식당과는 달리 전시장에서 직접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일이 사실상 거의 전무한 갤러리의 특성상 유동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인한 이득은 딱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예술 지역 업종의 획일화나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반 관람객에게도 전시장을 개방하는 갤러리, 문화공간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이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 중인 서울의 경리단길이나 익선동 혹은 홍대거리의 사례만 보아도 분명하다. 갤러리나 작가 공방이 밀려난 자리는 프랜차이즈 카페나 헬스·뷰티 스토어로 업종을 바꾸고, 결국에는 일회성 관광객만을 노리는 장신구나 외국 과자 가게가 들어서게 된다.

망미단길 등의 브랜드화도 좋지만 망미역 주변이 문화예술구로서 지속가능하려면 무엇보다 문화예술 업종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민간의 장기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달맞이길 갤러리촌에서 조현화랑의 분관이 새롭게 들어선 해운대, 부산시립미술관을 거쳐 망미동으로 이어지는 아트벨트 구축 또한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구’ 망미동에 필수적인 과제가 아닐까.

<정필주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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