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지코리아 대표 박시영 “지역선거는 결국 양당대결로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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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로 예정된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과거와 다른 선거룰이 적용된다. 새로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30석 제한(캡)이 있고, 전체 판세는 지역 당선자를 감안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예측이 가능하다. 많은 정치부 기자·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들이 4월 총선 판세를 분석하고 있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느낌이다. 기자는 여의도 정치판의 ‘감’으로 판단하고, 여론조사 전문가는 숫자에 능하지만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 특히 종편에 등장하는 정치평론가는 대부분 당직자 출신이나 교수더라도 정당 공천을 기웃거려 ‘정파성’에 물든 인물이 많다. 따라서 객관성이 떨어진다.

[원희복의 인물탐구]윈지코리아 대표 박시영 “지역선거는 결국 양당대결로 갈 것”

윈지코리아는 ‘공공정책·정치컨설팅 그룹’이라는 이름을 걸고 여론조사·선거전략·정책자문을 하는 전문회사다. 선거 분석·예측의 정확도가 곧 회사의 신용이고, 이는 곧 회사의 수입이자 명운이다. 정파보다 실리를 중요시하니 보다 객관적이다. 1월 29일 만난 박시영 대표(52)는 KBS·SBS·MBC 등 공중파 시사프로그램과 YTN 등 뉴스전문 채널 여러 곳에 출연해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는 “편파성이 강한 종편에는 출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 전망은

-흔히 선거의 3요소라는 구도·아젠다·메시지에서 보수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고, 안철수 신당의 위치도 애매하다. 아직 선거 구도조차 분명하지 않아 판세를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거에서 다자냐, 아니냐는 구도도 중요하지만 콘셉트적인 구도도 있다. ‘정권심판론’이나 ‘야당심판론’ 같은 것이 표심의 판단기준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야당 심판론이 셌다. 조국사태를 거치며 중간지대가 커졌고, 그곳을 안철수나 손학규가 장악하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으면서 다시 양당중심 구도로 바뀌는 분위기다. 군소정당은 비례대표 배분에 의존하고 지역선거는 역시 양당구도로 갈 것 같다.”

-이번 총선은 생소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지역구 당선과 연동돼 있지만 이 30석은 어떻게 나눠가질까?

“정당지지율을 감안하면 민주당은 5~6석 정도일 것이다. 30~35%인 한국당의 정당지지율, 현재 무당파가 한국당 지지파에서 이탈한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당의 비례득표는 더 늘어날 것이다. 거꾸로 민주당 지지층은 정의당으로 빠져나가 정당득표는 줄 것이다. 결국 정당득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비슷하게 얻을 것이다. 보수통합 변수는 있다. 한국당 지지표의 50~70% 정도가 비례한국당으로 결집되고, 나머지는 신보수당·안철수 신당·공화당 등으로 분산될 것이다. 70%가 결집되면 15석을 얻는다. 3% 이상 득표정당이 몇 개냐에 따라 좀 달라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주는 정의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정의당이 최대 15석은 얻을 것으로 봤다. 15%를 득표하면 10석 내외와 지역구를 합하면 그리될 것이라 본다. 물론 지역에서 몇 명이 당선되느냐가 관건이다.”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을 주창한 정당이 녹색당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녹색당이나 민중당 등 진보정당의 지지율은 낮게 나온다.

“녹색당이나 민중당의 3% 이상 득표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민중당은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 바닥의 지원은 탄탄하지만 ‘노동계도 변해야 한다’는 보통의 요구에 대한 선거캠페인이 잘 안 보인다. 보통사람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기독자유당 등 종교·극우 정당의 원내진출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기독자유당은 지난 총선에서 2.64% 정당지지를 받았다. 교회헌금을 기반으로 TV광고를 하면 정당지지율 3%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동의한다. 우리공화당이나 기독자유당은 3%가 넘어 원내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은 사법처리 여부가 변수가 될 것이다. 박지원·정동영 등 중량감 있는 호남 정치인은 무소속 출마가 당선에 더 유리할 것이다. 결국 호남 신당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총선의 또 다른 특징은 투표연령이 18세로 낮아진 점이다. 이들 표심은 어떨까.

“2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가 많다. 20대 남자는 젠더 이슈 등으로 정부·여당 지지가 상대적으로 적어 정의당보다 바른미래당을 더 지지한다. 그러나 여성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월등히 높고, 한국당 지지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4월 총선 기준 18세는 90%가 대학 1학년생이거나 재수생으로 투표는 대학 분위기나 선배의 영향이 클 것이다. 의외로 유튜브를 통해 정치뉴스를 접하는 세대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15대 총선 이후 빗나간 여론조사 예측

대체로 국회의원·지방 선거는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여당에 불리한 결과가 많다. 20대 총선(2016년)과 16대 총선(2000년)이 그랬다. 17대 총선(2004년)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해 열린우리당이 승리했다. 이는 선거에서 대세몰이(밴드웨건)표도 있지만, 숨은 야당(언더도그)표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마지막까지 무응답층으로 남은 표심에 냉철한 분석 노하우를 가져야 알 수 있다.

윈지코리아 박시영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4월 총선을 예측하고 있다.

윈지코리아 박시영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4월 총선을 예측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번 총선의 경우 견제심리보다 야당 심판심리가 더 크다는 점에서 여당 우위를 예상하고 있다. 그는 이유로 한국당의 높은 비호감도를 꼽고 있다. 그는 “한국당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비호감도가 60%나 된다는 것은 표의 확장성이 없다는 얘기”라며 “통합변수보다 당의 혁신변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높은 비호감층은 표의 확장성에 한계를 의미한다는 그의 지적은 예리하다. 그 비호감의 주요 원인은 바로 당의 얼굴 황교안 대표의 공안 색깔과 어정쩡한 리더십이다.

박 대표도 “황교안 대표가 되고 겨우 지지율이 2% 올랐을 뿐”이라며 “이는 황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공감했다. 그렇다면 최근 진행되는 황 대표가 물러서는 보수통합(통합신당)이 이뤄진다면 야권표의 확장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홍준표 전 대표의 말대로 보수당은 ‘이념’보다 ‘이익’에 충실했고, 분열은 필패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론조사가 대선에서는 대체로 적중했지만 총선 예측에는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지난 15대 총선 이후 20대까지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총선 예측은 빗나갔다. 여론조사기관은 그 이유로 젊은층 샘플링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휴대전화로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안심번호는 지난 총선, 정당에만 제공됐다. 이를 활용하지 못한 민간 여론조사기관은 예측에 실패했지만, 민주당 의뢰로 여론조사를 했던 윈지코리아는 이 안심번호를 활용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2015년 가을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심판론’이 싹트고 있었다”면서 “2016년 봄 중앙선관위에서 제공한 안심번호로 조사해 보니 ‘달라졌다’고 확인해 새누리당 과반이 무너질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류를 팟캐스트 ‘전국구’를 통해 알렸다. 당시 ‘전국구’는 청취자가 많았지만 기성 언론은 ‘친문 팟캐스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무시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 그의 예측은 적중했고, 이는 회사와 박시영이라는 인물이 ‘뜬’ 계기가 됐다.

지금은 민간 여론조사기관도 안심번호를 활용해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일반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이 과거처럼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역 특성과 후보 영향력이 다른 253개 지역구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예측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박 대표는 “우리는 선거 6일 전까지만 조사할 수 있어 4~5%포인트 차이의 박빙지역은 변수가 클 것”이라며 “현재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차 내외의 지역은 결국 5%포인트 이내의 접전지역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총선이 끝나면 연동형 비례대표에 진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도 이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비례당선자를 얻기 위해 위성정당까지 만드는 한심한 우리 정당문화도 문제지만, 대통령 선거는 양당제, 국회의원 선거는 다당제로 하는 문제와 종교·극우정당에 국민 세금이 지원된다면 여론은 급격히 달라질 것이다. 개혁·진보진영이 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매달리면서 정작 진보통합에 힘을 기울이지 못한 것은 뼈아픈 일이다.

노무현 정부 여론조사비서관실 근무

박 대표는 1968년 전북 전주 출신이다. 1988년 건국대 경제학과에 입학했고, 1995년 광진구청장 선거 참모로 뛰면서 실전 선거를 처음 체험했다. 이후 구청에서 근무하다 벤처 사업을 하기도 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에 참여해 2002년 국민경선단 대책위 공동위원장, 노사모 사무총장으로 100만 서포터스 희망돼지 사업을 기획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탄핵 후폭풍으로 17대 총선 승리를 체험했다.

이후 청와대에 들어가 여론조사비서관실 행정관(국장)으로 일했다. 여론조사비서관실은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미지·민심 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직접 신설한 조직이다. 그는 “많이 할 때 일주일에 여론조사를 3번씩이나 했다”면서 “여론조사 업체와 함께 설문지를 만들고, 결과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일을 3년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여론조사와 그 결과의 분석 노하우는 지금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청와대를 나온 2009년 그는 선배와 함께 정치 컨설팅회사 윈지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는 “그때까지 여의도 정치컨설팅은 과거 정치공학적 시각에 머물고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컨설팅이 난무했다”면서 “우리도 미국처럼 과학적 여론조사에 기초한 정치·정책 컨설팅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해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2016년 새누리당 과반 붕괴를 예측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문재인·이재명·안희정 후보의 득표율을 거의 1%대 오차로 적중시켰다. 이 여세를 몰아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정치컨설팅 업체로 참여해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다.

이런 배경으로 윈지코리아는 청와대·서울시·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과 선거·정책자문에 응하고 있다. 심지어 변호사협회장이나 한의사협회·치과협회장 선거도 컨설팅하고 있다. 대부분 정치컨설팅 회사는 선거 때 잠깐 활동했다 사라지지만 이런 광범위한 컨설팅 때문에 20여 명 직원 모두 정규직이다. 박 대표는 “관계자·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층토론을 400~500그룹이나 진행한 정치컨설팅기관은 우리 외에 없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 자신이 민주당 출신이기 때문에 선거분석이나, 정치평론이 여당 편향일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이에 그는 “있을 수 있는 지적으로 늘 긴장하고 있다”면서 “데이터를 보되 수치 이면의 살아 있는 언어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드는 것에 일조했지만 앞으로 2~3명 더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밝혔다. 그는 또 “우리 여론조사 기술은 물론 소셜미디어(SNS)·사진·인쇄·동영상 등 홍보 역량은 세계적 수준”이라며 “K팝처럼 정치컨설팅도 수출이 가능하고, 현재 몽골선거에 진출하는 것을 섭외 중”이라 말했다.

그는 “미안하지만 언론 신뢰도보다 여론조사 신뢰도가 더 높다(웃음)”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흔히 기자들이 현장 르포라며 주민 몇 명 인터뷰한 것을 전체 여론처럼 보도하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 여론조사는 지역·성별·연령별로 안배해 대답을 듣고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기자가 임의로 몇 명 만나 듣는 얘기와 차원이 다르다. 여론조사 업계도 너무 수치에만 연연하지 말고, 추세와 민심의 형성 이유를 읽어야 한다.”

<글·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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