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알아낸 할머니집 비밀’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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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붕이 화들짝;; 25년 만에 할머니집 비밀 알아냄.” 설 연휴 기간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글이다. 별 내용은 없다. 인터넷 동영상 캡처 장면과 ‘할머니집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해 붙여놨다. 두 사진을 비교해보면 거의 동일한 장소로 보인다.

이번 설 연휴 때 “25년 만에 알아낸 할머니집의 비밀”이라고 공개된 사진. 그러나 확인결과 이 사진은 2013년 추석 연휴 때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

이번 설 연휴 때 “25년 만에 알아낸 할머니집의 비밀”이라고 공개된 사진. 그러나 확인결과 이 사진은 2013년 추석 연휴 때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유명한 밈 영상이다. 아파트 단지에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소리가 날 때마다 누군가 욕설과 함께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고 외친다.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니 남아 있는 영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2011년 9월에 올린 것이다. 이번 글을 올린 이는 별다른 설명은 안 하고 있지만 대충 “올해 25살이 된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 사용자-야붕이는 이들이 스스로 자칭하는 이름이다-가 설 연휴에 할머니집에 세배를 드리러 갔는데, 베란다 밖 풍경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라 화들짝 놀라 찍은 사진”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원본 게시물을 보면 이 사진이 공개된 배경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는 댓글이 달려 있다. 사진의 속성 정보를 보면 최근에 찍은 사진이 아니라 2013년 9월 20일 오후 4시 반쯤에 ‘LG 옵티머스 EX’로 촬영한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실제 다운로드해서 EXIF 정보를 확인하니 사실이다). 그렇다면 2013년 9월 추석 연휴 때 찍은 사진을 7년이 지난 지금에야 공개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니면 기기 설정 오류로 날짜가 잘못된 것일까?

영상이 찍힌 장소(경기 의정부시 송산동 주공2단지)는 이번에 공개된 사진이 나오기 전부터 알려진 곳이다. 실제 방문해 확인해보니 건너편 201동 옆 상가 간판 선팅 등을 비교하면 이번에 공개된 사진과 달랐다. 즉 설 연휴 화제를 모았던 ‘할머니집 비밀 사진’은 실제 7년 전 사진일 가능성이 많다.

궁금한 것은 물론 또 있다. 고함을 지르던 아저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벌써 10년이 흘렀는데 주민들의 원성을 샀던 그 개는 지금도 살아 있을까. 기자가 방문한 설 연휴 마지막 날, 여전히 누군가의 개가 짖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지만 제지하는 외침은 없었다. 그날 만난 아파트 주민이나 연휴 끝난 후 통화한 아파트 관리소장 역시 영상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관리소장은 “자신을 비롯해 직원들 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다”며 “그런 영상이 언제 찍혔고,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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