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우한 폐렴이 걸렸는지는 안 보였나봐? 자기가 걸릴 줄도 모르고?”, “그걸 알면 의사죠, 무당이 아니라. ㅋㅋ 그러니까 무당임.”
한 무속인의 근황을 포착한 사진에 대한 누리꾼 토론이다. 주인공은 왕십리 선녀보살. 2월 3일, 이 무속인의 대처가 누리꾼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이 무속인이 영업장 앞에 내건 손 글씨 안내문이다. “(당분간) 우환 폐렴이 우려돼서 전화 상담만 가능합니다. 선녀보살 올림”이라고 적혀 있다. 우한이 아니라 ‘우환’이다. 무속인의 대면영업 중단이 화제를 모은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5번 확진자의 동선 속에 이 무속인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상세 이동경로에 따르면 5번 확진자는 지난 1월 29일 오전 성신여대 인근 다이소에서 쇼핑한 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오전 11시쯤 ‘성동구 소재 역술인(선녀보살)’을 방문했다고 돼 있다. 밀접접촉자다. 14일간 자가격리 조치대상이다.
“역술인 선녀보살님도 격리되었네요. 본인 격리될 미래는 안 보였나봐요. 격리된 선녀보살님 ㅎ.” 관련 뉴스기사를 퍼온 누리꾼 반응이다. 궁금하긴 하다. 역술인은 5번 확진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을까. 전통적으로 무당 등 민간신앙과 관련해 가장 많은 민속학 자료가 남아 있는 게 ‘역신(疫神)’, 즉 전염병 퇴치부적이나 처방 같은 것들인데, 자신 앞에 닥칠 ‘운명’은 정말 보이지 않았을까.
이 무속인과 통화를 한 건 2월 4일이다. 기자가 소속과 용건을 밝히자 무속인은 이렇게 답했다. “하루종일 전화가 걸려왔다. 심신이 고통스럽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으나 “다음에 취재에 응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어쨌든 무속인이 막상 자신의 운명을 보지 못한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사실이다. 자기는 물론 자기 가족의 운명도 알기 힘들다.” 유튜브를 통해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무속인 평택 서영당의 말이다. 손님으로 온 경우엔 역병에 걸린 미래도 볼 수 있는데 그건 병에 걸려 누워 있는 모습이거나 역신이 뒤에 서 있거나 하는, 다양한 형태로 눈앞에 그려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단, 자신의 경우 전화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직접 대면해서 마주 앉아야 알 수 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한 무속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점을 노파심에 덧붙여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