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게르만 민족이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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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이 난리다. 배달의 민족은 박달나무 어원을 가진 우리나라 상고시대 명칭일진대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용하는 음식 배달앱의 명칭으로 더 친숙하다. 이름값을 하듯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 민족을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의 대주주인 딜리버리 히어로가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관련 업계와 언론, 네티즌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달의 민족’ 동음이의를 활용하기도 한다. 온라인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언어유희는 ‘배달의 민족이 게르만의 민족이 될 판’ 정도일 것이다.

경향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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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민족 감정을 앞세우는 모양새가 비이성적인 마녀사냥같이 보이다가도 외국계 자본의 수익추구 욕망만 채우고 버려진 한때의 국내 알짜기업들 사례를 떠올리면 공감이 간다. 비이성적 집단감정이 아니라 집단지성의 보호본능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컨대 정지영 감독의 영화 <블랙머니>의 열기는 뒤이어 개봉한 <겨울왕국 2>의 스크린 독점으로 사그라들었다. 흥행 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상징적인 징후로 보기에 손색없다. 블랙머니 속 실제였던 외환은행과 론스타, 쌍용자동차의 처절했던 기억, 현재 진행 중인 한국GM 사태 등 우리에게 악몽은 차고도 넘친다.

배달의 민족 빅딜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시장독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대자본이 업계 순위 1, 2, 3위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오버랩되는 교과서적 교훈이 되는 사건이 있다.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의 셔먼법, 그러니까 반독점규제법에 의한 판결에 따라 기업분할을 명령받았던 사건이다. 이미 20년이 된 사건이지만 살펴볼 만한 이유가 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독점하게 된 지금의 구조와 닮았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이 이 같은 독점규제를 몰랐을 리 없다.

그들은 신시장을 창출한 혁신가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이 존재했기에 탄생한 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독일 자본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되는 딜, 이로부터 비롯되는 배달앱 시장의 독점현상, 합병을 승인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과 시각, 관점 이러한 변수와 요소에 대해 어떻게 계산했을까. 위험 요소는 충분히 검토한 것일까.

이 대목에서 그들의 법률 논리에 관심이 쏠린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합병 과정에서 일본 자본을 거론하면서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쿠팡’을 저격했다. 왜일까. 이는 배달의 민족은 배달앱 서비스가 아니라 통신판매중개업자임을 항변한 것이다. 시장을 섭렵한 일인자가 아니라 여전히 경쟁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플레이어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한 것이다.

5조원에 육박하는 빅딜로 이미 공룡이 된 이들은 법률적 대응을 위해 김앤장과 율촌 같은 대형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이 남긴 했지만 이들의 대응에 왠지 씁쓸해진다. 이들은 기존 재벌을 따라 그럴싸한 법의 갑옷을 차려입었다. 배달의 민족이 게르만의 민족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배탈의 시장’으로나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영일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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