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는 전동킥보드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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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전동킥보드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개인용도 늘어난 것 같지만, 대부분은 공유경제형 대여 물품이다. 이미 여러 업체가 난립해 뒷골목 여기저기에 방치된 모습은 치열한 경쟁 현장을 보는 듯하다. 이미 부산 등 다른 대도시에도 진출하기 시작됐다.

[IT칼럼]규제 없는 전동킥보드가 위험하다

위험한 풍경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 위험은 이용자들이 차도로 달려서 벌어지는 것보다 이들이 인도를 침범해서 벌어지는 경우에 크다. 인도에서 걷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동킥보드는 꽤 고속으로 느껴지는데 그 킥보드의 핸들 위치가 어린이들의 눈높이다. 엊그제는 꽤 위험한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인도 사이를 질주하는 전동킥보드의 몽둥이 같은 핸들이 어린이의 얼굴을 가격할 뻔한 것이다.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경계선상의 위기는 이미 수도 없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치명적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이러한 위험천만한 순간은 데이터화조차 되지 못한다.

도시에는 도시마다 특성이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 대도시의 인도와 골목길에서 바퀴 달린 물건이 질주하는 일은 아무리 ‘라스트 마일’의 모빌리티 혁신이라고는 하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미 국내에서 보행자 사망사고까지 발생했지만, 억울한 죽음조차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나 프랑스 파리에서처럼 강력한 규제로 이어질 법한데 아무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싱가포르에서는 내년부터 인도 주행 시 2000싱가포르달러(약 175만원)의 벌금이 매겨진다. 파리의 인도 주행 벌금은 135유로(약 17만8000원)였는데 더 파격적이다.

혁신을 옹호하는 이들은 규제를 사회악처럼 보곤 하지만, 규제란 소비자와 시민이 의존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최근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초보자가 주로 사고를 낸다고 한다. 부상 운전자 3명 중 1명은 처음 탔을 때였고, 63%가 9회 미만의 탑승 중 사고를 냈다. 킥보드라고 우습게 보지만 운전 연습과 그에 합당한 면허가 필요한 심각한 행동임을 모두 쉽게 잊는다. 앱으로 빌릴 수 있다 보니 엄마 면허를 빌려 타는 학생까지 생기고 있다. KC 인증의 최대 무게는 30㎏, 속도는 시속 25㎞인데 흉기가 되기에 충분한 쇳덩이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여전히 높다. 자전거 천국 북유럽에 비해서도 3배나 높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퍼스널 모빌리티는커녕 보행자와 공존하는 일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 또한 정착되고 있지 않은 상태인데, 이 규칙이 자생할 만한 문화 또한 미흡하다.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락하는 관련 법 개정안이 2017년 6월에 발의돼 있지만, 지금껏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들을 자전거로 봐야 할지에 대한 여부 또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도 주행은 엄연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이 관련 규정 미비라는 명목하에 인도 주행에 대해 누구도 단속도 하지 않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 후생을 오히려 저해하면서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없어질 줄 모르고, 오히려 시민의 안전처럼 규제의 본질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규칙은 생겨날 줄 모른다. 아무리 편리하다 하더라도 시민의 안전은 결코 바뀌어서는 안 되는 우선순위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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