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장 앞에서 소방차 빼달라’던 아주머니의 4년 뒤 생각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아주머니는 4년째 자신이 인터넷의 공적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 있었어요. 앵앵거리며 출동하니 불이 났나 싶어 나와 봤지. 가만히 보니까 불난 것도 아닌데 남의 (노래방) 영업장 앞을 20~30분 동안 막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앞으로 빼주세요’라고 한 것이 뭐가 잘못이라는 겁니까.” 그는 당당했다.

EBS 프로그램 <사선에서-불보다 뜨거운 심장으로>의 한 장면. / EBS캡쳐

EBS 프로그램 <사선에서-불보다 뜨거운 심장으로>의 한 장면. / EBS캡쳐

그가 인터넷에서 욕을 먹는 이유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출동한 소방직원들 앞에서 그가 꺼낸 말은 이랬다. “(소방차를) 저 앞에 뒤로 빼주세요. 영업해야 하니 뒤로 옮겨주세요. 입구를 터줘야지 이렇게 놓으면 어떻게 해요.”

확인해보니 이 캡처 영상은 2015년 3월 EBS에서 방영된 <사선에서-불보다 뜨거운 심장으로>라는 현장르포 방영분에서 따온 것이다. 누리꾼은 모자이크 처리된 이 여성을 욕하는 한편, 신원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댓글을 단 인근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소방차가 출동해 주차한 곳은 은행이 있는 자리로, 출동한 시각이 저녁이니 영업하는 시간이 아니다. 누리꾼의 의심은 2층 노래방으로 집중됐다.

12월 18일 전화해보니 맞았다. 첫 통화에서는 해당 발언을 부인하던 이 아주머니는 재통화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런데 불이 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전체 방영 영상에 답이 있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연기가 모락모락 새어나오는 연립주택 1층의 베란다 창문과 현관문을 통해 진입했다. 방 안에는 한 노인이 있었다. 부엌 가스레인지 위엔 노인이 올려놓은 냄비가 다 타버린 채 놓여 있었다. 화재가 일어난 것은 2015년 2월 4일 오후 7시쯤이다. 소방서 추산 피해액은 180만원. 노인이 병원에 후송되는 장면까지 영상은 기록하고 있다.

“불이 나지 않았고, 소방차를 빼달라고 말한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노래방 아주머니와 결론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면 소방차 때문에 봤다는 영업적 손해는 얼마일까. “영업적 손해를 봤다 안 봤다 이야기할 것은 아니고, 내가 보기엔 불도 안 난 것 같고, 자기들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가정집도 아니고 남의 영업장 앞에 주차했으면 ‘앞으로 빼서 길이나 터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언더그라운드 넷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