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이 승리자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한 일본 단체의 트위터 공식계정 운영자가 기사를 링크하며 남긴 코멘트다.
일 년에 두 번쯤 이 단체의 활동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받는다. ‘혁명적 비인기 동맹’이다. 줄여서 ‘가쿠히도(革非同)’라고 자칭하고 있다. 주목받는 그들의 활동은 거리 ‘데모’다.
단체가 개설된 것은 2006년. 그 해부터 꾸준히 ‘크리스마스 분쇄 투쟁’을 열어왔다. 투쟁은 ‘초콜릿 자본의 음모를 반대하는’ 2월 밸런타인데이 분쇄투쟁까지 확대됐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단체 개설 경위는 이렇다. 2006년 10월, 설립자 후루사와 카쓰히로는 한 여성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상심을 안고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읽었다. 그는 그 순간 문득 “비인기는 계급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혁명적 비인기 동맹’을 만들어 종신 명예 서기장에 취임했다.
지난해는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크리스마스 분쇄투쟁’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다시 투쟁을 재개했다. “가쿠히도는 새로운 시대에도 투쟁을 이어간다! 레이와(令和) 원년인 올해도 당당히 투쟁을 감행해 나간다!” 단체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 글이다. 12월 21일 토요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크리스마스 분쇄’ 깃발을 앞세운 거리행진(사진)이 진행됐다. 크리스마스가 아닌 이날 행사가 열린 것은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는 6분짜리 올해 열린 가쿠히도의 분쇄투쟁 영상이 올라가 있다. 단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올해의 공식 구호는 다음과 같다. “크리스마스 분쇄!”, “연애자본주의 반대!”, “커플은 자기 비판하라!”, “거리에서 애정표현은 테러행위, 테러에 대한 전쟁을 관철하자.” 한편으로 뭔가 처연함이 느껴지는 구호다.
2019년 2월 밸런타인데이 분쇄투쟁 글을 보면 이들은 “밸런타인데이 분쇄에 성공했다”고 자축한다. 근거는 뭘까? 행사가 열린 2월 9일, 폭설 예보로 가쿠히도 집회 참가자도 적었지만 요요기공원에서 열린 ‘월드 밸렌타인 페스티벌’ 행사는 자신들의 데모보다 압도적으로 참가자가 없었다는 것이다(실제 근거자료로 제시한 ‘월드 밸렌타인 페스티벌’ 행사장 사진은 무슨 연유인지 텅 비어 있다).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 분쇄투쟁도 성공했을까? 앞서 유튜브에 올라온 분쇄투쟁 참가자 수를 세어봤다. 모두 9명이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