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코미디 장르 전문 감독의 예술적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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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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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커 (Joker)

제작연도 2019

제작국 미국, 캐나다

러닝타임 123분

장르 드라마, 범죄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 재지 비츠, 로버트 드 니로, 프란시스 콘로이

개봉 2019년 10월 2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는 ‘신기한 볼거리’로 탄생했고 이는 곧 영화라는 매체가 오락성의 본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 성취를 통해 진화하였고 대중예술로서의 가치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영화가 ‘오락’과 ‘예술’의 양극단에서 평가될 수는 없다. 드물지만 동시에 가치를 성취하는 작품들도 있기 때문이다.

토드 필립스는 코미디 영화로 명성과 재력을 거머쥐었지만 동시에 그래서 폄하받는 감독이기도 했다.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행오버> 3부작을 비롯한 그의 연출작 모두가 코미디 장르에 속한 영화들이었고, 황당한 사건들을 나열하는 데 집중하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다른 감각과 관객들의 요구를 읽어내는 상업적 감각이 있었기에 꾸준히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음도 간과할 수는 없다.

전작이었던 <워 독>(War Dogs·2016)은 그의 작품세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을 선언한 작품이다. ‘워 독’이란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 전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2008년 전후를 배경으로 벌어진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자유경쟁 사회의 냉혹함을 절절히 체감하며 힘겹게 살아가던 청년 데이빗 팩커즈(마일스 텔러 분)는 죽마고우였던 에프레임 디버롤리(조나 힐 분)를 만나 무기 유통사업에 뛰어들게 되고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지만 더불어 전쟁과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다.

경쾌한 분위기와 빠른 템포의 전개는 전작들과 상통하지만, 더불어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은 이전까지 그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극명히 이질적인 요소였다.

다층적 함의와 신들린 연기
병약한 어머니(프란시스 콘로이 분)를 모시고 사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은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유일한 꿈을 안고 살아간다. 하루 중 두 모자가 유일하게 공유하는 행복한 시간은 늦은 밤 TV 토크쇼 프로를 함께 보는 것이고, 아서는 쇼의 진행자인 코미디언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 분)을 영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광대 복장을 하고 행사장을 쫓아다니는 비루한 그의 일상은 위태로움의 연속인데, 가장 큰 비극은 아서 스스로가 자신에게 희극인의 재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무관심과 소통의 단절에서 비롯된 배신감과 절망은 아서를 자신만의 세계 속에 점점 더 깊이 고립시킨다.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다층적 함의와 해석의 여지까지 작품 속에 담아낸 감독은 <조커>의 세계를 확장하며 영향을 받았던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코미디의 왕> 같은 선배 작품들에 대한 존경을 작품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로버트 드 니로는 직접 출연까지 한다. 이 작품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호아킨 피닉스의 뛰어난 연기야 말이 필요 없지만,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을 책임지고 있는 로버트 드 니로의 존재감 자체와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성사되는 두 배우의 협연은 이 작품의 핵심이자 ‘전율’이라는 단어를 실감하게 만드는 근래 보기 드문 명장면이다.

너무나 뛰어나 걱정스러운 영화?
작품의 재미나 완성도에 대한 이견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긍정적 평가만큼 작품이 관객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문제는 영화의 주인공인 아서 플렉이 결국 악당이라는 부분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평범하다 못해 사회적 약자였던 그가 폭력적인 범죄자로 변해가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만큼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국인 미국에서는 모방범죄의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여기저기서 불거졌고, 이와 관련한 감독과 배우의 공식적인 발언이 공개될 정도로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2년 콜로라도의 극장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 때 상영되고 있었던 작품이 하필이면 <배트맨> 시리즈 중 하나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였다는 점과 범인이 잡힌 후 자신이 조커라고 주장했던 사실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기도 하다.

어떻든 분명한 것은 영화 <조커>는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를 증명하듯 제76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는 코믹스 캐릭터 영화 최초의 경쟁부문 진출 기록인 동시에 최고상 수상이기도 하다.

영화 <조커>는 모처럼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부터 성취의 가치까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극찬에 동의한다.

시대를 초월한 악당의 대명사

[시네프리뷰]조커-코미디 장르 전문 감독의 예술적 성취

한동안 악당은 주인공의 캐릭터와 활약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기 위한 반대급부이자 부수적 인물로 활용되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하게 대접받는 것이 악당이다. 실제 영화 현장에서 작품이 기획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영웅보다 악당에 더 애정과 공을 들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기도 한다.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들 대부분이 피해의식과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모습이지만, 이 중 가장 복합적이면서도 다중적인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 조커다.

첫 등장은 1940년 발매된 만화책 <배트맨> 1권으로, 배트맨의 탄생부터 함께해왔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1989년 팀 버튼이 연출한 <배트맨>부터 강렬하게 기억되기 시작했는데, 희대의 명배우인 잭 니콜슨이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악역 조커를 연기한다는 사실은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조커는 아무 배우나 소화할 수 없는 비범한 캐릭터라는 기대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커라는 인물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배우는 히스 레저다. 2008년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한 <다크나이트>에서 그가 보여준 뛰어난 연기는 영화의 개봉 전 갑작스럽게 전해진 그의 사망 소식으로 인해 더욱 충격적으로 기억되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악당들을 모아 특공대를 꾸려 더 크고 사악한 악에 맞선다는 흥미로운 설정의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에서는 메소드 연기로 소문난 자레드 레토가 조커 역에 낙점됐다. 하지만 애초 기대와 달리 영화 자체도, 조커 연기도 평균 이하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말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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