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제작연도 2019
제작국 미국, 브라질
러닝타임 123분
장르 SF, 미스터리, 드라마
감독 제임스 그레이
출연 브래드 피트, 토미 리 존스, 리브 타일러, 루스 네가, 도널드 서덜랜드
개봉 2019년 9월 19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가까운 미래. 미 육군 소령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 분)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공허로 가득한 그의 육체와 정신은 우주 개척사에 있어 탐사를 떠났다가 실종된 후 영웅으로 추앙받는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 분)의 그림자 안에 머물고 있기도 하다. 어느 날부터 일명 ‘써지’로 불리는 전자파 폭풍이 지구에 몰려들어 인류를 위협한다. 어쩌면 이것이 아직 생존해 있는 아버지로 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로이는 이를 해결하라는 명령을 받고 우주로 향한다.
21세기 들어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퍼스트맨>(2018)으로 이어지는 우주 배경의 탐험·모험 영화들의 경향은 꾸준히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오는 일종의 이벤트가 되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영화 <애드 아스트라>의 등장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할리우드 대작들을 리뷰할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이제 ‘볼거리’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많은 돈이 있으면 좋은 스태프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소위 ‘뽀대’는 좋아진다. 당연히 국내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한계를 드러낸 ‘사이언스 퓨처 팩트’
감독과 제작진은 이제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관객들이 열광해온 선배 작품들이 보여줬던 허구적·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을 꿈꾸면서도 동시에 가장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는 SF 영화를 완성하길 원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강조하며 흔히들 말하는 ‘사이언스 픽션’이 아닌 ‘사이언스 퓨처 팩트’ 영화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해가며 영화를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촬영을 거대한 세트를 만들거나 실제 광활한 풍광의 장소들을 물색해 현지 촬영을 감행했다. 또 실제 우주 탐험의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상황에 따른 실제 대처법이나 현상을 조언받았다.
하지만 이런 각고의 노력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리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오류는 애초 인물들의 가슴에 품고 있는 욕망이나 행위의 구조가 관념적이라는 것이다. ‘사람이란 개개인이 다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표면적 이해를 넘어서는 설득을 하지 못한다. 왜 그리 머나먼 곳을 동경하는지, 아버지에 대한 집착은 어디서 기인하는지, 가족까지 버리고 선택하는 최종 종착지는 무슨 가치가 있는지 어느 것도 설명되거나 공감되지 못한 채 도식적으로 인물들의 뒤를 쫓을 뿐이다.
차라리 처음 영화의 시작에 대해 회고한 감독의 말이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공감하는 데 유일한 열쇠가 될 것 같다. “훌륭하고 감동적인 SF 영화가 많았지만 우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만약 우주에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공허함만 있다면 어떨까?’라는 정반대의 시점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연장선 상에 놓인 전작 <잃어버린 도시 Z>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욕망을 숨기지 못하고 끝없이 그곳을 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집념과 공허는 공교롭게도 감독의 전작인 <잃어버린 도시 Z>에서 좀 더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이 작품은 1900년대 초 아마존 밀림지대에서 도시의 흔적을 발견하고 평생을 그곳을 찾기 위해 노력한 영국의 탐험가 퍼시 포셋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혀 다른 시대와 배경을 선택하고 있지만 <잃어버린 도시 Z>와 <애드 아스트라>는 많은 부분이 중첩된다. 인간이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다가가려는 한 인간의 욕망과 투지, 오랜 가장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지난한 과정의 대립을 거쳐 결국 연대하는 부자지간의 설정 등이 그렇다. 하지만 <애드 아스트라>가 관념적으로 제시하고 생략해버린 많은 부분이 <잃어버린 도시 Z>에서는 상세히 설명된다. 마치 두 편의 작품이 연작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다. 적어도 전작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로 땅에 발을 디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하는 공감과 감동이 있다.
영화 <잃어버린 도시 Z>에서 포셋 부인이 남편에게 전하는 짧은 대사는 <애드 아스트라>가 관객들과 공유하는 데 실패한 중요한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지각하는 범위는 이해의 범위를 넘어야 한다.” 두 영화의 주제이자 현대인들이 쉽게 놓아버린 중요한 삶의 화두다.
자신이 참여하는 작품에서 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영화인의 꿈일 것이다. 많은 성공한 배우들이 투자자로 변신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영화에서 원하는 배역을 원하는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시네프리뷰]애드 아스트라- 미지의 우주와 아버지를 탐구하는 여정](https://img.khan.co.kr/newsmaker/1345/1345_77.jpg)
‘브래드 피트’ 역시 자신의 제작사를 가지고 있다. 회사 이름이 ‘플랜 B’다. 주류 안에 머물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노선을 걷겠다는 대안적 시선과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작명이 아닐 수 없다. 시작은 2001년. 당시 부인이었던 제니퍼 애니스톤, TV 프로듀서 출신으로 이후 파라마운트 그룹의 회장까지 지낸 브래드 그레이 등 세 사람이 함께 창립했다. 2005년 부부의 이혼 이후부터는 브래드 피트가 소유하고 있다.
공식적인 첫 작품은 2004년 볼프강 페터슨 감독이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 자신이 직접 주연을 맡은 시대극 <트로이>. 이후 <디파티드>(2006), <킥 애스: 영웅의 탄생>(2010),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2011), <월드워 Z>(2013) 등 장르나 무게감의 경중을 떠나 다양한 작품들을 꾸준히 제작해왔다.
국내 관객들에게 ‘플랜 B’의 이름이 크게 인지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공개된 <노예 12년>의 성공에서 비롯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3관왕을 달성한 이 작품은 브래드 피트의 제작 참여가 언급되며 더욱 주목받았다. 2년 뒤 흑인 동성애자 이야기를 그린 저예산 독립영화
<문라이트>가 다시 한 번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등 주요 3관왕에 등극하면서 ‘플랜 B’의 이미지를 격상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