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음모론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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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의 퍼즐, 3부작으로 맞춰질 수 있을까

제목 13일의 금요일: 음모론의 시작

제작연도 2019년

감독 오인천

출연 김준, 윤주, 김재인

상영시간 1시간 20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19년 9월 26일

영화맞춤제작소

영화맞춤제작소

영화제작자로부터 “찾아뵙겠다”는 감사인사를 받았는데 어쩌다보니 만나질 못했다. <아나운서 살인사건> 리뷰를 쓴 다음이다. 그때부터 눈여겨봤던 차기작이 <13일의 금요일: 음모론의 시작>이었다. 탈 같은 가면을 쓴 남자가 총으로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포스터. ‘13일의 금요일’이라면 떠오르는 살인마 캐릭터는 제이슨이다. 손에 든 마체테로 희생자들을 무자비하게 내리치는. 그렇다면 이 가면남이 영화의 중심 캐릭터일까?

전작의 리뷰에서 오인천 감독의 영화들을 “B급, C급을 넘어 Z급에 수렴하는 쌈마이 계열의 독립영화”라고 썼는데 여전하다. 아니, 문산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에 서울 중부서 경장이 출동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 총격전이 벌어진 현장에 출동한 이 경장은 과학수사나 현장보존은 생각하지도 않고 차 문에 손을 댄다..두 남녀 경찰관은 경찰복을 입은 수상한 남녀 커플에게 강제연행당하는데, 눈을 가린 것도 아닌데도 이들은 자신이 끌려온 ‘경찰서’가 어딘지 모르고 있다.(삽입되어 있는 스케치 장면은 서소문 경찰청 본청 옆 건물을 보여주고 있다.)

내러티브와 관련 꼬리를 무는 의문

A급 영화에서 흔히 ‘컨티뉴어티(continuity)’ 문제로 언급되는 이런 비논리 내지는 핍진성 부족은 영화 크레딧에 보통 ‘기록담당’으로 언급하는 인력이 베테랑이 아닌 경우나 기술시사를 꼼꼼히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 ‘지금까지 다 꿈이었다’고 선언하면 된다.

앞서 <아나운서 살인사건>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의 감독은 처음부터 그런 디테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설명하지 않는다. 권총을 꺼내 “자신을 쏴 죽이고 트렁크 속의 돈을 가져가라”는 여인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영화의 여주인공 윤청아 경위를 위협한다. 윤청아 경위에게 총을 겨누며 “언니를 닮았네”라고 한다. 아직은 다뤄지지 않은 영화의 설정에 이 언니는 실종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최초의 총격전 현장에 같이 출동한 후배가 건넨 무전기를 통해 언니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린다.(휴대폰이 안 터지는 곳에서 대신 사용하게 되어 있는 무전기도 설정은 위성무전기로 되어 있는데, 사용된 소품은 그냥 일반 무전기다. 대사를 꼼꼼히 듣지 않은 사람들에겐 ‘일반 무전기이니 근처에 후배 경찰이 있겠네…’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다.)

영화의 큰 이야기 줄기는 이 모든 이상한 사건들이 마치 우연의 일치인 것처럼 ‘13일의 금요일’에 벌어진다는 것이다. 13일의 금요일이 되면 묻지마 살인사건 내지는 자살사건이 벌어지는데, 이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든 프로파일러 경감과 여 경위가 해결에 나선다는 것이다. 멀더와 스컬리처럼. 죽은 자들은 이날만 되면 다시 돌아와 살아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자살쇼를 한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이 거대한 음모의 퍼즐은 아마 이후에 공개될 영화의 2편과 3편에서 맞춰지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본 뒤 곰곰이 생각해봤다. 혹시 놓친 퍼즐은 없을까? 아마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정교하게 재구성하더라도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은 남을 수밖에 없다. 언급되었지만 어디론가 사라진 캐릭터, 너무 많다. 영화를 본 뒤 오인천 감독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봤더니, 영화에 출연한 한 배우가 “이번 영화에는 제가 나오나요?”라고 묻는다. 나온다.

죽은 자들이 돌아오는 자살 신드롬?

이 영화도 <아나운서 살인사건>처럼 이전에 찍은 다른 영화와 세계관 내지는 사건을 공유하는 영화일까. 궁금해 2~3편의 전작들을 다시 봤다. 가령, 이 영화에서 언급된 언니의 실종사건이 <아나운서 살인사건>의 에필로그 부분에 나오는 아나운서(동일하게 배우 윤주가 역을 맡았다)와 연결될 수 있는지 살펴봤다. 만약 그렇다면 탈을 쓴 ‘택시살인마’ 등과 이 영화의 관련성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일단 그럴 것 같진 않다.

얼기설기 엉성하게 이어져 있는 내러티브는 어느 순간 날카롭게 폭발한다. 추억 속의 프로야구 선수인 장명부와 유두열, 김일융의 기록을 거론하는 연쇄살인범 노만식과 김필립 경감의 취조실 기싸움 같은 장면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전작 <월하>(2017)에서 숲속에서 마음껏 광기를 발산하는 안내자를 볼 때 받은 인상과 비슷하다. 영화는 “레츠 플레이볼”, 그러니까 게임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노만식의 선언으로 끝난다. 이어질 작품들이 이 음모론 게임을 그럴듯하게 완성하게 될지 아니면 하품만 나오는 지루한 경기가 될지 예측하긴 어렵다. 자료를 보니 이어 나오게 될 영화는 <시즌 2: 죽은 자의 제국>, <시즌 3: 살인과 창조의 시간>으로, 총 3부작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살인마

처음부터 살인마는 아니었다.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제이슨 부히스 말이다. 크리스털 호수 캠프를 배경으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이지만, 캐릭터를 탄생시킨 첫 영화에서 이 모든 살인을 저지른 것은 그의 엄마 파멜라였다. 본격 데뷔작인 2편에서 제이슨은 1편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자신의 엄마를 물리친 앨리스를 죽이고 난 다음 무차별한 살육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이 살인마의 행각은 거침없다. 동급으로 거론되는 <나이트매어>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살인마, 제이슨 부히스/경향 자료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살인마, 제이슨 부히스/경향 자료


시리즈의 주인공 프레디 크루거는 꿈을 매개로 등장하는 괴물이지만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이 살인마는 근본적으로 초인적인 괴력을 지닌 불사(不死)의 인간이다. 시리즈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존재를 초월한 자에서부터 사이보그(영화의 10편 <제이슨X>의 경우)로 변신하지만….

제이슨은 태어날 때부터 기형아여서 놀림을 받았고, 결국 나쁜 친구들의 장난으로 크리스털 호수에 빠져 익사했다. 영화 시리즈에서는 캠프에 와서 섹스를 하거나 마약을 하는 등 일탈하는 청소년들이 우선순위로 제이슨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암묵적인 룰로 굳어져 있다. 제이슨은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시리즈의 레더페이스, <나이트매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 <할로윈> 시리즈의 마이클 마이어스와 함께 1980년대를 풍미한 미국 슬래셔 영화를 대표하는 괴물 캐릭터가 됐다.

한 영화 사이트의 집계에 따르면 1980년에 제작된 1편부터 2009년의 10편까지 총 158명이 제이슨의 희생자였다. 매편에서 평균적으로 13.2명을 죽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편의 살인마는 실제로는 그의 엄마였으므로 1편에서 그의 희생자는 0명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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