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이야기 <이토록 보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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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제이와 로봇대여점을 운영하는 은기가 있다. 제이에겐 오랫동안 꿈꿔온 목표가 있다. 1년간 우주로 파견을 나가는 것이다. 어느 날 그 꿈이 현실이 됐다. 제이는 들뜬 목소리로 은기에게 말하지만 은기는 충격에 휩싸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 상의 없이 1년이나 우주로 떠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씁쓸했기 때문이다. 결국 말다툼이 벌어지고, 은기는 화가 나 집을 나서다 사고를 당한다.

㈜랑 제공

㈜랑 제공

은기가 잠에서 깨어난다. 사고에 대한 기억이 그를 진땀 나게 한 것이다. 우주비행도 포기하고 제이는 은기를 돌본다. 제이의 노력으로 거의 회복한 은기는 그녀를 더욱 아끼고 사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초인종이 울린다. 제이를 수거하러 왔다는 것이다. 이윽고 가방을 든 제이가 등장한다. “다녀왔어. 그녀는 내가 당신을 위해 남겨둔 복제인간이야.” 은기가 사랑했던 것은 제이일까, 아니면 제이의 복제인간일까. 그리고 마지막 순간 제이가 선택한 리셋의 결과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의 원작은 웹툰이다. 바로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가 캐롯의 작품을 무대로 소환시킨 셈이다. 웹툰을 활용한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는 다양한 문화상품의 출현을 불러오고 있다. 영화와의 만남이 그렇다. <신과 함께>가 대표적이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을 영화로 탈바꿈시켜 ‘죄와 벌’, ‘인과 연’ 시리즈로 제작돼 모두 1000만 이상의 관객 동원을 기록하는 기념비적 성과를 달성했다. 무대로의 변환도 이뤄져 뮤지컬 <신과 함께>가 등장한 적도 있다.

이들이 대부분 화려함이나 다양함, 이야기의 변주를 통한 익숙하면서도 다시 새로운 콘텐츠의 변용에 치중했던 데 비해,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비교적 수수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웹툰 속 이야기를 무대에서 고스란히 재연한다기보다는 부드럽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어 이색적이다.

배우는 남녀 각 한 명씩만 등장한다. 다만 복제인간이 소재인 탓에 1인 2역의 별난 묘미가 인상적이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인지 복제인간 제이는 고장난 다리를 절뚝거리고, 실제 제이는 멀쩡하다는 설정만이 힌트를 제공한다. 오랜만에 무대에서 만나 반가운 실력파 여배우 최연우와 깨끗한 이미지의 노래 잘하는 이예은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은기 역으로는 성두섭과 정욱진, 정휘가 번갈아 등장한다.

복제인간 이야기는 이안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했던 영화 <아일랜드>를 통해서도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다소 암울하게 그려진 복제인간의 인권 문제가 쌉싸름한 뒷맛을 남긴다.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아일랜드>와는 조금 결이 다른 우리 식 이야기,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복제인간에 얹어 멀지 않아 보이는 미래의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복제인간 자체도 흥미롭지만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깊이가 제법 진중하고 흥미롭다. 올가을 손에 꼽을 만한 잘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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