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과 가볼 만한 멸종위기 동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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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4주에 들어서면 휴가철에 맞춰져 있는 생활리듬을 다시 되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아직까지 물러갈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이는 늦더위에도 각오를 굳혀야 한다. 게다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개학 이전에 자녀와 함께 가볼 만한 전시들을 찾아보는 일이 더해지곤 한다. 이른바 ‘수행평가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험이 아닌 직접 체험을 중시하는 교육과정이 도입된 후, 수행평가의 취지와는 별개로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고상우, 운명, UltraChrome HDR Inkjet Print, 150x150cm, 2019.

고상우, 운명, UltraChrome HDR Inkjet Print, 150x150cm, 2019.

문제는 모든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문화 콘텐츠를 찾기란 관객은 물론 예술·문화 콘텐츠를 기획, 전시하는 기관이나 기획자 입장에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진촬영을 허용하거나 아예 전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 포토존을 내세우며 소셜미디어(SNS) 시대의 맞춤형 전시 트렌드가 성공을 거두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러한 전시들 중에는 정서적 함양이나 창의적 사고를 이끌어내기 위한 체험 콘텐츠, 혹은 수행평가의 궁극적 취지에 맞는 관람 경험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다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고상우, 코끼리 키스, UltraChrome HDR Inkjet Print, 144x195cm, 2019. / 사비나미술관 제공

고상우, 코끼리 키스, UltraChrome HDR Inkjet Print, 144x195cm, 2019. / 사비나미술관 제공

지난해 서울 은평구로 새롭게 자리를 옮긴 사비나 미술관에서 오는 11월 3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 동물, 예술로 HUG>전은 수십 년 안에 멸종위기에 처한 지구상의 생물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전시다. 고상우, 김창겸, 그리고 러스 로넷 등 3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본 전시는 이들 생물과의 공존과 상생을 말하는 사회적 메시지뿐만 아니라 그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코끼리나 사자, 표범과 같은 동물의 사진 이미지에 디지털 드로잉 방식으로 그려진 하트를 통해 멸종위기 동물과 인간 사이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고상우 작가나, 멸종위기 동물을 초상화 주인공으로 내세운 러스 로넷의 작품들은 밀렵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것에 비하면 그 충격요법의 효과는 간접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생명존중의 당위성을 존재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이끌어내는 측면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사회참여 메시지가 가미되어 있는 전시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인 메시지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것을 피하고 있기에 주입식 교육에 거부감을 갖기 쉬운 관객들 또한 작품 자체를 즐기면서도 멸종위기종 보호라는 메시지에도 공감할 수 있게 한다. 개관행사를 시작으로 8월 2일까지 미술관 외벽을 스크린 삼아 진행된 김창겸 작가의 대형 미디어파사드 작품인 <푸른나비의 꿈>은 사립미술관으로는 쉽게 선보이기 힘든 규모의 야외 영상작품을 실연해 전 연령대의 지역주민들까지 아우르는 전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시가 막을 내리는 11월까지 전시 연계 청소년 관람 프로그램 ‘우리는 그림 읽으러 미술관에 간다!’가 이어지며, AR(증강현실) 기반의 ‘허그 플러스’와 ‘30초 허그’와 같은 참여예술 프로그램도 있기에 어린 자녀와 함께 볼 전시를 찾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추천해보고자 한다.

<정필주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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