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새시대 새로운 교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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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위주 아닌 ‘삶을 영위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 구현 역량 필요

인공지능 시대, 4차 산업혁명, 미래 교육의 이야기와 함께 교육시스템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당연히 현장에서 학생들과 매일 대면하는 교사에 대한 목소리로 이어진다. 많은 이가 학교와 교사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시대에 교사는 어떤 존재로 인식돼야 하고, 교사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일까.

일러스트 김상민

일러스트 김상민

학교의 변화, 교사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곤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많은 수는 학교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학교에 대한 인상은 자신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기억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학교 개혁의 방향 제시 역시 기억의 영향 아래에 있다. 누군가는 학창시절 자신을 차별하고 폭력적이었던 ‘나쁜 선생’을 떠올리며 개혁을 외칠 것이다. 누군가는 칭찬과 격려, 나아가 가정의 어려움까지 보듬어주던 ‘참 스승’을 떠올리며 변화를 말할 것이다. 이러한 양극단의 교사상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교사상 모두 교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정서적 인상’이라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론에 대한 명확한 논의

정서적 인상이 갖는 영향력은 강력하다. 실제 학령기 학생들에게 정서적 관계를 배제한 교사를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교사의 역할을 논할 때의 논점이 교사의 정서에 머무는 것은 교육에 관한 논의에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학교라는 공교육시스템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떠올릴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교사의 업무구조나 역할론에 대한 명확한 논의다.

최근 기초학력 논란으로 학습영역이 이슈가 됐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학부모들이 점차 교사에게서 학습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학부모들의 민원 내용 역시 학생의 배움, 학습에 대한 내용보다는 학교 행사나 학생 간의 갈등, 교사의 언행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학교 단위 연구에 참여하면서 만난 학부모 6명 모두 학교에 가장 기대하는 것으로 ‘사회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학부모가 성적이 아닌 사회성에 주목하고 있구나’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대화가 이어지면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됐다. 한 학부모는 “공부는 문제집 같은 것으로 할 수 있는데 사회생활은 학교 아니면 배우기 어려우니까요”라며 학교의 역할에서 학습을 아예 분리시켰다. 물론 모든 학부모의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이 교육과정이나 변화된 학력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 차원의 연수가 있지만 주요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교육 뉴스에 불안을 느끼고, 학습지나 학원에 집중하며 학습에 대한 불안을 달래고 있는 것이었다.

학생의 학습에 주목해 교사의 역할을 논하자는 것은 과거처럼 지식 중심의 교육과 객관식 시험을 통한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하던 시절의 교사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의미의 학력관에 의거한 학습, 그에 맞는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 OECD는 ‘데세코(DeSeCo·The 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s)’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교육의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세계 여러 나라가 이에 맞춰 변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2015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국가 수준의 역량 중심 교육을 강조했다. 이러한 역량 중심의 교육은 결국 기존의 지식 중심의 학력관에서 탈피해, 삶을 영위하는 힘을 갖추는 것에 중심을 둔 교육을 실현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무엇을 알고 있느냐’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로의 학력관 전환은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의 형태가 요구된다. 또 기존의 서열화를 위한 정형화된 평가를 넘어서 학습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을 살피고 도울 수 있는 도구로서의 평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학생의 학습과 관련한 교사 역할의 강조는 이러한 학력관에 근거해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 변화방향에 대한 사회와의 소통

새로운 학력관이 교육 현장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교육과정 설계 능력이 중요하다. 즉 교사들이 국가가 제시한 교육 내용을 다양한 교육적 자원들과 학생의 발달을 고려해 교실 차원의 교육과정으로 구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교사들에게는 교과나 학생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무엇을 선택해 교육의 중심에 놓아 가르칠 것인지, 교육과정에서 얻게 되는 학생의 정보들을 통해 적절한 학생별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등의 의사결정 능력이 요구된다.

이런 의사결정 능력은 단순히 몇 시간의 연수를 통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교육과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다른 교사들과 성찰하는 경험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교육부가 학교를 관리하는 방식은 여전히 위로부터의 규제 차원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관행 속에 자리잡은 경직된 조직문화가 교사의 교육에 대한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있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인식이 학교 행사나 학생의 생활 측면에 대한 민원사례 위주로 증가하면서 교사들은 학습의 과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보기도 전에 책임 논란에 휩싸이는 실정이다. 개별화되고 소극적으로 변하는 교사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교사 내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교육 변화의 방향과 교사의 역할을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유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실제 핀란드를 비롯한 해외 여러 국가의 경우 교육 관련 홈페이지에서부터 국가 차원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설명과 주요 가치,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또 학부모에게 필요한 자세나 요청사항까지 안내한다. 이와 달리 우리의 교육부 홈페이지는 국가 의무교육 시스템이나 가치에 대한 설명보다 단발성 정책 안내 및 홍보에 치우치고 있어 교육의 변화 방향에 대한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한 실정이다.

몇 년 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너는 너희 선생님을 왜 좋아하니?”라고 물었다. 학생들의 대답은 “착해요” “잘생겼어요” “노래를 잘해요” “놀 시간을 많이 주세요”였다. 개인의 특징에 머무는 대답들이다.

한편 캐나다에서 만난 3명의 초등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들었던 답변은 모두 “내가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와 같이 자신의 배움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 대화는 교사들이 어디에 집중하고 있어야 하며, 우리 사회가 교사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교사를 통한 교육현장의 변화를 이끌 진정한 출발점은 교사 개별의 특징이나 정서적 인상에 대한 논의를 넘어, 학생이 배우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교육과정의 설계자로서의 역할에 방점을 둔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이번 연재를 끝으로 ‘대한민국 교육, 제대로 가고 있나’ 시리즈를 마칩니다.

<민천홍 교사(강원도교육연구원 파견교사·실천교사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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