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 ‘City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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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인 나에게 “오늘도 수고했어”

Hey, citizen 두 눈이 빨개져서는
건조함에 얼굴을 비비네

해가 녹네 답답한 한숨의 열기
지고 마네 내 웃음처럼

나만 힘든 건 아냐
모두 나름의 아픈
눈물 한숨 애써 숨기며 미소 짓지
저 노을처럼

오늘도 살아내야지
지켜낼 것이 나는 참 많으니
나로 인해 누군가가 아픈 게 난 싫어 (싫은데)

사실 오늘 하루도 버거웠지
내 맘조차 지키지 못했는걸
초라한 발걸음 끝에
다 내려놓고 싶은 날

[내 인생의 노래]선우정아 ‘City Sunset’

네 살 아이 하나를 둔 워킹맘 활동가다. 아침잠이 많아 매일 아침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잘 달래 깨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네 살, 감정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한 나이. 오늘도 “엄마 오늘은 어린이집 안 가고 엄마랑 놀면 안돼?”라는 말을 꺼내본다. 그런데 엄마에게서는 “그래, 오늘은 어린이집 가지 말고 엄마랑 놀까”라는 대답이 좀처럼 없다.

몇 번 보채다가 이제 눈치가 생겨 엄마가 달래면 포기하고 신발장으로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으면서 마음 한편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응어리처럼 남는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이 언젠가 정말 그리워지겠지. 유모차를 타고, 혹은 엄마 품에 안겨 꽃이 만개한 등원 길을 거쳐 어린이집 입구에 들어서면 아이는 웃음을 멈추고 엄마를 한 번 보고는 선생님을 따라 들어간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뒤돌아 나오며 작은 한숨 한 번 내쉰다. 그래 오늘 아침도 수고했어.

인권이라는 가치를 옹호하는 활동을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배우는 것도 참 많고 행복하다. 더욱이 출산을 하고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고도 다시 복귀해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참 감사하다. 그렇지만 힘들 때도 찾아온다. 책임감도 무겁고, 종종 버겁다. 누군가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달려들었지만 울컥했던 마음처럼 잘 해결되지 않을 때, 내 탓인 것만 같은 자책감은 여전히 잘 내려놓아지지 않는다.

주어진 일들의 마감기한은 늘 다가오고 계획했던 일은 제쳐둔 채 시간은 계속 흐른다. 그렇지만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할 시간, 정신없이 퇴근해 버스에 몸을 싣는다.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으며 작은 한숨 한 번 내쉰다. 그래 이제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지.

출근길에 마시는 편의점 달달한 커피와 퇴근길에 듣는 노래 한 곡은 피로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 온전히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된다. 괜스레 자책감이나 무력감이 들었던 그런 날 위로가 되어주었던 노래 <City Sunset>은 드라마 <공항가는 길>의 OST 수록곡이다. 육아휴직 기간에 아이를 재우고 틈틈이 꼭 챙겨 보았던 드라마인데, ‘사랑’이라는 소재의 설렘도 참 좋았지만, 엄마인 주인공의 상황에 감정이입하며 울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가정의 단단한 버팀목이 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느끼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엄마로서의 부족함, 결국 오래 다닌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하는 평소와 같던 그 어느 날, ‘베란다는 아줌마들의 방’이라는 대사, 밤에 아이를 재우고 캔맥주 한 모금 마시던 유일한 쉬는 시간까지 어쩌면 앞으로 계속 더 생각나고 공감하게 될 장면들이지 싶다.

이 노래는 그때의 드라마를 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엄마로 돌아가는 짧은 그 시간 동안 “그래 맞아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 잘 버티고 있어. 수고했어”라고 토닥이며 대신 내 마음을 말해 주는 것 같아 오늘도 많은 위로를 받는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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