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로 다시 산책 나온 간송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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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24살 청년이 있었다. 조선 후기 종로4가 상권을 장악한 선조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았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다이아몬드 수저’였다. 하지만 청년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부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재산을 바쳐 일본에 반출되던 우리 문화재를 지켜냈다. ‘문화로 나라를 지키는 독립운동’을 펼친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이야기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 / 간송미술문화재단

청자상감운학문매병 / 간송미술문화재단

간송이 한평생 모은 문화재를 소장한 간송미술관의 컬렉션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산책을 나왔다.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展, 대한콜랙숀>이다. 2014년부터 서울디자인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한 <간송문화전>의 12번째 전시다.

이번 전시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문화로 나라를 지키는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좇았다. 간송 컬렉션 중 국보 6점, 보물 8점을 비롯해 디지털화한 유물을 포함 모두 60점이 전시됐다. 간송이 작품을 모으게 된 과정과 컬렉션들의 숨은 이야기가 함께 소개된다.

전시는 크게 5개 구간으로 구성된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공간 ‘알리다’는 지난 5년간의 DDP 나들이를 갈무리하는 구간이다. 그동안 선보인 주요 유물 15점을 디지털화해 선보인다.

두 번째 공간은 ‘전하다’라는 주제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흔적을 담았다. 보성학교가 3·1운동 때 독립선언서를 인쇄해 폐교위기에 처하자 간송이 황해도의 3000석지기 땅을 처분해 보성학교를 인수한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전시공간 ‘모으다’에서는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우리나라 최초 사립박물관 보화각이 탄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려청자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도 이곳에 전시됐다.

독립선언서 간송 필사본 / 간송미술문화재단

독립선언서 간송 필사본 / 간송미술문화재단

네 번째 섹션 ‘지키다’에서는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고미술품을 경매한 유일한 단체인 경성미술구락부 이야기가 펼쳐진다. 합법적 문화재 반출구였던 ‘경성미술구락부’는 간송에게는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최전선이었다. 간송이 경성미술구락부를 통해 사들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국보 제294호), 예서대련(보물 제1978호), 침계(보물 제1980호) 등을 만날 수 있다. 간송이 아니었다면, 헐값에 팔려갔을 문화재다.

마지막 전시 공간의 주제는 ‘되찾다’이다. 간송이 1937년 영국 귀족 출신 변호사 존 개스비에게 수집한 도자기 컬렉션 스무 점을 선보인다. 개스비는 25세부터 일본 도쿄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꾸준히 고려자기를 수집했다. 일본 정세가 불안해지자 개스비는 컬렉션을 처분하려 했고, 간송은 집안 대대로 내려왔던 충남 공주 일대의 땅 1만 마지기를 팔아 개스비 컬렉션을 사들였다. 거래가 성사된 뒤 개스비는 “한국의 젊은 사람에게 한국 미술품을 맡기게 되니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고 한다. 가장 암울한 시대에 지켜냈기에 간송의 문화재는 더욱 빛난다.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간송 컬렉션은 봄·가을 두 차례 개방하는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만 만날 수 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올댓아트 에디터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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