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어권 첫 공연 뮤지컬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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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식에서 호명되자 방금 무대를 꾸몄던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단상에 올랐다. 얼마 전 화려한 수상식이 열렸던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의 시상식 장면이다. 눈물 가득한 얼굴로 아이들은 자신들을 아역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 봐달라는 소감을 전달해 객석 가득 흐뭇한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 인기 절정인 뮤지컬 <마틸다>의 이야기다.

신시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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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는 노르웨이계 영국 소설가인 로알드 달의 동명 타이틀 아동용 소설이 원작이다. 1916년 영국으로 이민을 온 로알드 달의 부모는 인류 최초의 북극 탐험가인 노르웨이의 국민영웅 로알드 아문젠의 이름을 따서 아들 이름을 로알드라 지었다. 199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최고의 아동소설 작가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예상을 허락하지 않는 반전과 블랙유머를 담아내 어른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절대적인 추앙의 대상을 받는 인기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그의 작품들은 다양한 변주의 대상이 되었는데, 특히 영화로 탈바꿈돼 흥행을 기록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마틸다>도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된 그의 대표작이다. 소설은 1988년, 영화는 1996년, 그리고 뮤지컬은 2010년 세상에 등장했다.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스트라트포드 어폰 에이본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극단인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역대 두 번째로 시도한 뮤지컬 작품이다. 이듬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막을 올린 공연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2013년 시작된 브로드웨이 공연은 2017년 종연 때까지 무려 1555회의 연속 공연을 기록하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영어권이 아닌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는 이번 한국어 공연이 최초의 무대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뮤지컬 <마틸다>는 어른보다 더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귀여운 아이들의 연기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 무대에서도 이 전통은 6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는 아역배우들에 의해 충실하게 구현되고 있다. 여기에 아이들을 괴롭히는 여자 교장선생님 역할을 남자배우가 맡는 젠더 프리 캐스팅의 파격이나 과장되고 풍자적인 캐릭터들의 이미지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봤음직한 모습이나 장면들을 신기하게 펼쳐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2막 첫 장면에 등장하는 노래 ‘어른이 되면’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감동을 자아내는 이 뮤지컬 최고의 명장면이다. 그네를 활용한 무대장치가 객석 앞줄 관객들의 머리 위까지 날아오르듯 뛰어오르는 장면을 연출해내면 관객들의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 천진난만하게 또 순진하게 어른이 되길 꿈꾸던, 하지만 결국 때묻고 세파에 길들여져 더 이상 순수하지 않은 어른들에게는 눈물 쏟아질 것처럼 아련하고 괜스레 아이들에게 미안해지는 그 마음이 극장을 가득 메우는 체험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과 함께 꼭 가보라고 권하고픈 올 가을 우리 뮤지컬 공연가의 감동적인 장면이다.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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