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 축소 논란, 생활 SOC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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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활 SOC는 일자리 효과가 큰 도시재생, 공공주택 등 사실상 SOC 성격의 건설투자는 크게 확대한다는 방향 전환에 따른 것이다.

예산은 정책이다. 정책은 기본적으로 가치를 반영한다.

이번 2019 예산에서도 작년에 이어 SOC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그런 상황을 반영한다. SOC 예산은 2016년에서 2019년까지 23.7조원, 22.1 조원, 19조원, 18.5 조원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7년 예산까지는 박근혜 정부 시기이니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SOC 감소는 대세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4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민생활 SOC 현장방문, 동네건축 현장을 가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4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민생활 SOC 현장방문, 동네건축 현장을 가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정부는 SOC분야 예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역 밀착형, 생활 SOC 등은 증가한다고 밝히면서 SOC 축소로 인한 경기 위축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토목·건축에서 토목이 아닌 건축으로 방식을 바꾸는 계기라는 것이다.

양자 간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전통 SOC는 도로·철도 등 경제성장 및 산업육성을 위한 기반시설 투자라는 점에서 이번에 추진하는 생활 SOC와는 구분된다. 생활 SOC는 국민들이 생활터전에서 손쉽게 접하는 여가·건강, 안전·환경 분야와 관련된 ‘지역 단위의 소규모 생활 인프라’를 확충·개선하는 것이다. 내년에 금년도 예산 5.8조원 대비 50% 증액한 8.7조원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여당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우리나라의 SOC 확보수준과 일자리·혁신성장 등 타 분야 투자소요를 감안했을 때 SOC 예산의 절대규모를 늘리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SOC가 과잉되었다는 인식이다. 실제 한국은 G20 국가 중 국토면적 대비 고속도로 연장 1위, 국도 2위, 철도 6위를 달리고 있다.

실제 SOC 예산이 감소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고려했던 이월예산 규모 축소 등을 감안하여 2019년 예산안은 작년 정부안(17.7조원)보다 높은 18.5조원을 반영했다는 정부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집행률이 저조하거나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해 연간 2조~3조원의 돈이 여유재원으로 이월되고 있었다. 이월금 규모도 철도와 고속도로에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3.5조원과 0.5조원에 이른다.

따라서 이번 생활 SOC는 일자리 효과가 큰 도시재생, 공공주택 등 사실상 SOC 성격의 건설투자는 크게 확대한다는 방향 전환에 따른 것이다. 2019년 예산에서 도시재생은 0.7조원에서 0.8조원, 공공임대주택 건설은 7.3조원에서 8.6조원으로 증액되었다. 이 부분을 합하면 내년도 건설투자에 27.9조원을 투입한다.

문제는 각론이다. 전체적인 방향 전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국민적인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다만 집행과정과 방식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을 따내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 건설사들이 문화기획자로 변신했고 아파트가 공방과 카페로 변화했을 뿐 결국은 원주민보다 상업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앞세우는 방식은 과거의 도시재개발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산은 어디에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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