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방에서 사용하지 않는 잉여금이 기금을 제외하고도 69조원이 있다고 발표했다. 평상시 재정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니 지출을 독려하라”는 특별한 지시까지 했다. 중앙이 이미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도 250조원의 여유재원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었다.

인천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는 9월 15일 인천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제정 보류됐다. 인천시청사 모습 / 인천시청 제공
이에 따라 지난 6월 9일 지방재정법과 지방기금법이 통과됐다. 지방재정 칸막이 제거를 위해 개정된 지방재정법, 지방기금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특별회계 예비비 한도를 1%로 설정했다. 특별회계 예비비 1% 초과분을 관리하기 위해 해당 법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제정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지자체 회계와 기금의 여유재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예탁해 여유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법안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 제정·개정이 보류되는 상황 발생했다. 특별회계 예비비 한도 1%를 초과한 개발사업 특별회계 수익을 해당 지자체의 다른 회계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지역 이기주의’에 기댄 오해에서 발생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일반회계나 특별회계, 기금 등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여유재원을 맡아두었다가 재원이 부족한 다른 회계나 기금 등에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전까지는 예산 칸막이가 높아 회계별로 재원 이동이 쉽지 않았으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해준 것이다.
인천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는 9월 15일 인천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제정 보류됐다. 인천시 매립지 인근 주민단체인 검단주민총연합회가 같은 달 10일 시의회에 ‘수도권 특별회계 전용 조례안 통과 시도 즉각 중단’ 공문을 보내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시흥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역시 지난 9월 16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 제정안을 보류했다. 일부 의원들이 “(공영개발)특별회계에 잡히는 이 예산은 배곧신도시 사업 공영개발사업 예산”이라며 “특별회계에서 사용해야 할 부분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계획되지 못한 부분이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고려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례로 든 인천시와 시흥시는 일반회계 재원이 부족한 단체로 특별회계나 기금 등의 여유재원 활용이 시급한 상황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기존 재정안정화기금과 관기금을 통합한 것으로 회계와 기금 간 칸막이를 없애 예수·예탁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개발사업 대상지 주민과 지역구 출신 의원 반발에 막혀 조례 보류가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안착시키기 위해 현재 지방교부세 패널티 중 일반회계만 포함된 예산집행 노력 부분 산정기준에 공기업, 기타 특별회계와 기금을 포함하도록 해 지자체에 강력한 유인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치 중앙정부와 서울시 지원으로 개발된 강남과 분당주민들이 개발이익을 자기 지역에만 사용하라는 주장을 하는 셈이다. 주민들도 세상에 온전히 자기 것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존의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