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과 양에서 풍성해진 국악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올가을 국악 음반 시장은 풍성함을 뽐낸다. 예년에 비해 확실히 많은 정규 앨범이 집중적으로 출시됐으며, 싱글 형태의 발매도 꾸준히 늘어나 넉넉함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젊은 국악인들의 개성과 신선한 표현이 더해져 양뿐만 아니라 다채로움도 구비했다. 여러 작품 중 정가앙상블 소울지기의 첫 번째 정규 음반이 단연 눈에 띈다.

소울지기

소울지기

한효주·천우희 주연의 2016년 영화 <해어화>를 본 관객 대다수가 마지막에 한효주의 목소리로 흐르는 ‘사랑 거즛말이’가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같은 제목의 고시조에 선율을 붙인 이 노래는 여성 중창 그룹 정가앙상블 소울지기의 2014년 데뷔 EP를 통해 대중과 처음 만났다. 관객들은 곡이 지닌 고풍스러운 단아함에 반했을 것이다. 시조를 옮긴 가사는 오래된 느낌을 내는 동시에 절제된 애틋함도 풍긴다. 피아노가 이끄는 반주는 깔끔한 모양새로 서정미를 발산한다.

한효주가 부른 버전에서는 두 번째 후렴부터 중창이 시작되는데 이와 같은 멤버들의 보컬 하모니가 곡을 한층 아름답게 느껴지게끔 한다. 여덟 편의 노래가 실린 정규 음반도 그룹의 으뜸 강점인 화성으로 곱고 푸근한 기운을 퍼뜨린다. 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데뷔 EP와 달리 이번에는 봄의 생동감을 타악기로 치환한 ‘탐춘’, 왈츠 리듬을 바탕에 둔 ‘긴 사랑 긴 이별’, 템포는 느리지만 역시 4분의 3박자 왈츠 진행으로 사뿐거리며 걷는 듯한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등을 통해 곳곳에서 활기를 낸다.

누모리

누모리

10월 두 차례에 걸쳐 신곡을 출시한 누모리도 반가운 이름이다. 기타리스트 정준석, 키보드 연주자 이안나, 장구를 치는 문상준 등으로 이뤄진 누모리는 2016년 데뷔 앨범 <구나구나>에서 록, 재즈, 블루스, 펑크(funk) 등 여러 장르를 들이며 진취적인 국악 퓨전을 선보였다. 더불어 뜨거운 원기와 침울함을 골고루 드러내 묘한 특색도 전달했다. 꽤 인상적인 음반이었다. 두 번째 정규 음반 <환상의 문> 발표를 앞두고 먼저 공개한 네 편의 노래 ‘가다가’, ‘빈자리’, ‘서서히 식어갔다’, ‘새야새야’는 전과 꽤 다르다. 1집에서는 밴드의 주축인 정준석이 보컬을 담당했던 반면에 신곡에서는 경기민요 소리꾼들에게 노래를 맡겼다. 이로써 노래들은 여전히 서구 대중음악의 골격을 띰에도 전통음악의 빛깔이 훨씬 더 진하게 나선다. 이와 함께 민요 특유의 창법과 소리꾼들의 탁성은 애절함도 키운다.

10월 초 데뷔 EP <틈>을 낸 동양고주파는 인디 음악 애호가들에게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상태다. 자유분방하면서도 탄탄한 작품으로 음악팬들의 지지를 이끌어 낸 인디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의 드러머 장도혁과 베이스 연주자 최우영이 결성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양금 연주자 윤은화가 이들과 의기투합한 동양고주파는 복잡한 구성의 록과 전통음악의 특별한 융화를 선사한다. 양금이 그동안 국악 퓨전 분야에서 쉽게 만날 수 없던 악기이기에 존재 자체로 새롭다. 또한 피아노와 기타의 중간쯤에 위치한 고유의 음색으로 이채로움도 동반된다. 음악은 그리 쉽지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문화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