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Toto)의 ‘아프리카’ 모든 것이 꼬여 있을 때 큰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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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less the rains down in Africa
Gonna take some time to do the things we never had
I know that I must do what’s right
Sure as Kilimanjaro rises
like Olympus above the Serengeti

[내 인생의 노래]토토(Toto)의 ‘아프리카’ 모든 것이 꼬여 있을 때 큰 위안

2008년 4월 5일 토요일이었다. 당시 나는 박사과정 5학기였고, 오전에 교수님과 간단한 미팅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이다. 그날은 밴드 토토(Toto)가 내한공연하는 날이다. 집에 오면서 내내 토토 히트곡 모음 음반을 집중해서 들었다. ‘아프리카(Africa)’는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노래가 흘러나온다. “세렝게티 초원 위에 솟아 있는 킬리만자로처럼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요~”. 그렇다. 오늘 해야 할 옳은 일은 토토 내한공연에 가는 것이다. 물론 표는 예매해 두었다. 아내와 두 달이 채 안된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토토는 우리나라에 자주 오지 않는다.

토토는 1977년에 첫 앨범을 발매했고, 아프리카는 1982년에 발표된 곡이다. 이 곡은 도입 부분에 신디사이저와 퍼커션의 연주가 강조되어 있는데, 밴드의 드러머와 키보디스트가 작곡한 곡이다. 이 밴드에서 가장 유명한 멤버는 스티브 루카서라는 기타리스트인데 앨범에 이 곡을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크게 반대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 노래는 앨범에 포함되어 발매되었고 이 밴드에게는 유일한 빌보드 넘버원 싱글이 되었다.

살다 보면 아무 상관없는 것으로부터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처해 있는 상황과 너무 유사하거나 완전히 반대에 있는 것 양쪽 모두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될 때가 그런 때이다. 토토의 베스트 앨범 CD를 샀을 때가 내게는 딱 그런 시기였는데, 졸업 요건으로 제출한 논문들이 연이어 게재 거절되고 있었고, 지도교수님과의 관계도 극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이미 사회에 진출해서 돈을 버는 친구들이 부러운 가운데 연애도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는 나처럼 논문도 못 쓰고 돈도 못 버는 동병상련의 연구실 선후배들이 찌질해 보였고, 이미 논문을 출판한 능력자 친구들은 미워 보였다. 아름다운 세상이나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은 증오스러웠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프리카의 아무 맥락 없는 가사와 자극적이지 않은 멜로디는 큰 위안이 되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진리의 격언과 같이, 아프리카가 CD플레이어에서 수천 번쯤 반복 재생되는 동안 위기의 연애 대상이던 여자친구와는 결혼을 하게 되었고, 논문도 잘 마무리되었으며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명곡의 밴드 토토가 내한공연을 온다. 2008년 4월 5일 저녁. 비싸도, 바빠도, 아파도 무조건 가야 한다.

내한공연 당일 늦은 오후, 열심히 토토의 노래들을 들으며 가사를 읽고 있다. 잠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는데, 이어폰을 꽂은 귀와 머릿속의 천국 같은 상황과 눈에 보이는 현실 사이에 심각한 불일치가 발생했다. 아들이 울고 있고 아내의 손에는 체온계가 들려 있다. 세렝게티 초원 위에 솟아 있는 킬리만자로와 같이 옳고 명백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그날 밤 나는 아프리카에 내리는 비를 축복하는 토토의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아들이 고열 상태에서 토하면서 내뿜은 분유 비를 맞아야 했다.

<왕한호 상명대 스마트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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