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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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다 겪어봐야 어울리는 노래

충만한 삶을 살았고
모든 큰길을 여행했노라
무엇보다도 내 방식으로 그리했노라
후회도 몇 있지만
언급할 만한 건 거의 없노라
난 해야 할 바를 했고
조금도 면제받지 않고
기어이 끝을 보았노라

그러는 내내 의심이 들면
꿀꺽 삼켰다 뱉었노라
나를 채워도 봤고
내 몫의 상실도 겪었노라

아냐, 아냐, 그게 나일 수 없어
그런데 내가,
무엇보다도 내 방식으로 그리했구나

[내 인생의 노래]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나도 은근히 나이를 먹었나보다. 이제 웬만한 건 반세기 전 일이다. 이 노래도 그렇다. 1969년 고1 때 처음 세상에 나와 내년이면 들어본 지 벌써 반백년이다. 여전히 전세계에서 사랑받는다. 어느 나라를 가도 호텔 라운지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 하나다. 지나온 삶을 회상하는 가사 내용 때문인지 영국에서는 장례식장에서 가장 많이 틀어주는 곡이기도 하다.

짐작하겠지만 이 노래는 ‘마이 웨이(My Way)’, ‘나의 길’이다. 1969년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그의 대표곡이다. 원곡은 1967년 클로드 프랑소와가 직접 작사·작곡하고 불렀던 프랑스어 노래 ‘Comme d’Habitude(버릇처럼)’이다. 27살의 싱어송라이터 폴 앵카가 프랭크 시나트라를 염두에 두고 영어로 가사를 새로 썼다. 그의 회고담에 따르면, 곡 작업은 새벽 1시에 시작해 5시에 끝났다. 시나트라 외에도 엘비스 프레슬리 등 수많은 가수들이 따라 부른 불후의 명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흥이 적당히 오른 장년층 남자들이 한껏 폼을 잡고 열창하는 팝송 1순위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이들이 노래방에서 제일 듣기 싫어하는 구닥다리 곡이라는 얘기도 있다. 나는 호텔 로비나 술집에서 ‘마이 웨이’가 간지러운 사랑노래처럼 불릴 때 비슷한 반감을 느낀다. 따져보면 가사의 내용은 매우 심각하다. ‘이지 리스닝’을 위한 매끄러운 창법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마이 웨이의 노래가사는 전형적인 ‘내가’ 복음이다. 4분35초 길이의 노래 속에 나(I)가 25번이나 나올 정도로 자전적인 노래다. 내용도 요즘말로 ‘자뻑’이 쎈 다소 자기도취적이다. 제대로 이 노래를 소화하려면 산전수전을 다 겪어봐야 한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아직 팔팔한 현역들에게도 썩 어울리진 않는다.

‘마이 웨이’는 웬만큼 나이든 사람이 실존적으로 불러야 제맛이 난다. 시나트라는 이 곡을 53살에 처음 불렀다. 이미 전설로 대접받을 때였다.

물론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한테나 곡절과 사연으로 점철된 ‘나의 길’이 있다. 최근 유니세프 행사장에서 방탄소년단의 리더 김남준(RM)이 일갈했듯 누구나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speak yourself)이 중요하다. ‘마이 웨이’의 가사는 나름대로 자부심과 주체성을 갖고 살아온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도 그런 까닭으로 가끔 ‘마이 웨이’를 열창해온 수십억 인구 중 하나다.

끝으로 ‘마이 웨이’만 외쳐서는 언제나 부족하고 위험하다. ‘마이 웨이’는 주체적인 길일 순 있지만 꼭 바른 길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더 높은 길을 추구하며 그 길과 만나야 한다. 권력과 명예, 금전을 좇는 ‘마이 웨이’는 미몽에 지나지 않는다.

“무릎 꿇는 자의 말이 아니라 진실로 느끼는 바를 말하는 것. 그래요, 그게 내 길이었습니다.” 삶의 끄트머리에서 이렇게만 고백할 수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곽노현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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