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한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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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정한 한강의 기적

‘한강의 기적’은 한국의 압축적이고 돌진적 근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한강 자체가 근대적 방식으로 개발되었음을 보여주는 용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추진된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인해 한강에는 콘크리트 인공구조물 위주의 황량한 둔치가 생겼다. 취수를 위해 잠실수중보가 만들어졌고 하류에는 신곡수중보가 만들어졌다. 이로써 한강은 강이 아닌 호수가 되었다. 비가 오면 처리되지 않은 엄청난 양의 하수가 흘러들어가 물이 썩고 녹조가 창궐했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했다. 세빛둥둥섬, 한강공원 특화사업, 경인 아라뱃길 조성, 수상관광콜택시 사업 등이 도입됐지만 세금만 낭비하고 강의 생태계는 더 피폐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박원순 시장은 개발주의와 단절하고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두모포(현재 옥수동 근처)에 큰 고니 날아오르고 아이들이 멱감는 한강”을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한강은 국가하천인 데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기에 좋은 여건도 아니었다. 그래서 애초의 기본계획은 여의도 통합선착장, 피어데크, 여의테라스, 복합문화시설 설치로 변경됐다. 또한 왜 추진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함상공원이 만들어졌고,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수상택시가 다시 도입되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원래부터 개발지향성을 회복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지난 6월 1일, ‘한강복원시민행동’은 ‘서울시장 후보 초청 한강 복원 공약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모든 캠프에서 참석해 한강을 복원 또는 재자연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정의당은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신곡수중보를 철거하고, 한강수변공원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녹색당은 한강 재자연화를 분명하게 천명하였다. 이를 위해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는 등 현재의 한강협력계획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바른미래당은 아직 한강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지 못했지만 신곡수중보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온 후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생태와 문화가 살아있는 유역상생의 한강공동체 형성이라는 매우 추상적인 정책 기조를 소개했고, 지속가능한 100년 한강의 꿈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신곡수중보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거버넌스 역량이 부족했고,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직 입장을 분명하게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토론자들의 비난은 주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에 모아졌다. 여전히 개발지향적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후면 서울시장이 결정된다. 부디 새로 선출되는 시장은 신곡수중보 철거를 포함해 한강의 자연성을 획기적으로 회복시키는 정책을 분명하게 제시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한강에서 시작된 강의 재자연화가 나머지 하천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된 하천으로 힘차게 흘러가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 시대가 경험해야 할 진정한 한강의 기적이다.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장·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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