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초등학생들 눈에 비친 미세먼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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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답답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뿌예서 밖에 나가 놀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호흡기가 약해서 이렇게 공기가 나쁘거나 계절이 바뀌면 코가 막히고 기침이 많이 난다. 콧물도 줄줄 흐른다.

올해 2월과 3월 두 달 동안 한국환경보건학회가 환경보건분야의 우수도서를 지정해 ‘미래의 인재들에게 지속가능한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할 목적으로 2017년 전국 초등학생 환경보건 독후감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중 인천지역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어린이 각 2명, 그리고 3학년과 4학년 1명씩 모두 6명의 저학년 어린이의 글을 소개합니다. 아이들은 <미세먼지에서 살아남기>, <콜록콜록! 오늘의 황사뉴스>, <링링은 황사를 싫어해> 등의 미세먼지 관련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습니다. 미소짓게 하는 아이들의 글을 읽어보시죠.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3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3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김창길 기자

1학년, 박모 어린이

“OO야, 마스크 쓰고 가야지.” 오늘도 엄마는 말씀하십니다. 마스크 쓰는 게 귀찮은 나는 투덜투덜대면서 마스크를 쓰고 놀이터에 갑니다. 그네를 차지하려고 열심히 뛰어갔지만 신기하게도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놀다보니 목이 따끔따끔하고 눈이 아파서 쉬고 있는데 평소에 보이던 멀리 있는 산도 잘 안 보였습니다. 결국 조금만 놀다 집에 돌아와 바깥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엄마가 보여주신 책이 바로 <미세먼지에서 살아남기>였습니다. 책의 줄거리는 지오와 피피가 프랑스에서 열리는 의학세미나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지만 엄청난 모래폭풍으로 낯선 도시에 도착하여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입니다. 결국 닥터디 선생님의 아이디어와 지오와 피피의 노력으로 에어텐트 메이커를 만들어 미세먼지의 공포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조금 전 놀이터에서 경험한 답답함이 바로 미세먼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중략)

책에서는 미세먼지가 우리의 소중한 몸에 끼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습니다. 눈과 코를 통해 침입해 심하면 우리의 뇌에도 침투하고 여러 가지 피부염증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미세먼지의 원인은 바로 우리가 자원을 마구 낭비하고 전자제품을 많이 사용해서 공기가 오염되어 그런 것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이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먼지와 대기오염의 공포에서 이겨내는 방법은 우리가 다같이 살고 있는 지구라는 마을을 소중히 여기고 쓰레기를 줄이며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오와 피피가 만든 에어텐트 메이커도 훌륭하지만 더욱 훌륭한 것은 바로 깨끗한 우리 지구가 더 오염되기 전에 우리 손으로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환경에 대한 많은 책들을 읽으며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학년, 임모 어린이

우리가 환경을 오염시키면 결국 그것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내가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오염했던 하나하나 모두 반성해야겠다. 사람들이 내가 쓴 독후감을 읽고 환경을 위해 말로만 말고 실천에 옮겨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어린이가 쓴 미세먼지 관련 독후감. /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한 어린이가 쓴 미세먼지 관련 독후감. /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2학년 한모 어린이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학교 점심시간에 운동장에도 잘 못나가고 밖에 나갔다 오면 더 깨끗이 씻으라고 엄마가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귀찮은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중략)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미세먼지를 없애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걸을 수 있는 곳은 걸어가고 차를 적게 탈 거예요. 그리고 물건들을 아껴쓸 거예요. 또 아빠가 차를 출발시키기 전에 시동을 오래 걸고 있으면 아빠한테 “안돼요!”라고 말할 거예요. 이 책을 읽고나니 친구들에게도 미세먼지에 대한 설명을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세먼지야! 제발 우리나라에는 오지 말아줘~~. 내 소원이야!!

2학년 김모 어린이

요즘 봄이 되어 날씨가 좋아서 밖어서 놀 때가 많다. 해는 쨍쨍한데 흐린 날씨 같을 때가 있고, 목도 아픈 적이 있다. 엄마한테 여쭤보니 미세먼지 때문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중략) 피해를 줄이려면 먼저 집에 돌아왔을 때 옷과 신발을 깨끗이 털고, 몸을 잘 씻어야 한다. 청소도 열심히 하고, 소파나 카펫 위에서 뛰면 안된다. 황사주위보를 대비해야 한다. 물도 자주 마셔야 한다. 길에서 파는 음식은 황사에 오염되기 쉬우므로 되도록 먹지 않는다. 대기오염을 줄이려면 자동차를 줄이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물건을 함부로 사용한 뒤 다시 구입하면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도 늘게 되므로 생활용품을 아껴쓰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3학년 어모 어린이

만약 나에게 기적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면 지금까지 아파온 너 지구의 온난화를 멈추게 하거나 온실가스를 막는 덮개로 지구를 보호막 쳐서 북극과 남극에 있는 빙하들이 녹아 살 곳이 없고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 죽는 북극곰이나 펭귄들이 없게 하고 싶어. 지금 나는 이런 힘이 없지만 내가 지구를 위해 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서 환경서약서를 만들어 봤어. 1 쓰지 않는 가전제품 플러그를 뽑아 놓기. 2 냉장고 문을 적게 여닫기. 3 고기보다 제철 야채와 과일 많이 먹기. 4 자동차보다는 자전거 타기. 5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기. 6 꼭 보아야 할 텔레비전 프로그램만 보기. 7 양치나 세수할 때 물을 받아서 하기. 8 목욕할 때 샴푸나 비누를 조금만 사용하기. 9 사용하지 않는 방은 전구를 끄기. 10 학용품을 아껴 쓰기.

지구야, 우리가 생각 없이 사용하고 버렸던 것이 너를 아프게 한 이유였지만 지금부터라도 나와 친구들이 환경서약서를 함께 나누어 실천한다면 너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건강해질 수 있을 거야. 건강한 지구를 위해 앞장서는 나를 응원해줘.

4학년 민모 어린이

나는 요즘 답답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뿌옇게 되어서 밖에 나가 놀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호흡기가 약해서 이렇게 공기가 나쁘거나 계절이 바뀌면 코가 막히고 기침이 많이 난다. 콧물도 줄줄 흐른다. 약도 많이 먹어야 돼서 짜증나고 잠도 편하게 잘 못잔다. 게다가 밖에서 마음놓고 실컷 놀지 못해서 기분이 꿀꿀하다. 엄마에게 “나가서 놀아도 돼요?”라고 물어봐도 오는 답은 “미세먼지 때문에 안돼!”라고 늘 똑같은 말을 하신다. 예전에는 공기도 깨끗하고 미세먼지도 별로 없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오면서 중국의 산업이 발전하고 공장이 많아지면서 황사와 미세먼지가 무척 심해졌다고 한다. (중략)

이렇게 황사와 미세먼지는 여러 산업체에 문제를 안겨주지만 돈 잘 버는 회사도 있다. 그건 바로 마스크 만드는 회사다.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는 정말 비싸다. 우리집도 그거 사느라 돈을 많이 쓴다. 책에서 봤는데 미제 공기캔도 나왔다고 한다. 중국의 회사가 만든 공기캔에는 대만과 티베트 고원의 깨끗한 공기가 들어 있다고 한다. 나도 실컷 그 상쾌한 공기의 맛(?)을 음미하고 싶다. 공기가 안 좋아지니 나처럼 호흡기가 약한 사람이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략) 우리집은 15층인데 베란다 밖으로 누런 인절미 가루 뿌려놓은 하늘이 매일 보인다. 나는 언제쯤 공기걱정 안하고 실컷 놀 수 있을까? 사람들 모두가 노력해서 누런 하늘 없애고 맑은 하늘 만들고 눈물 콧물 안 흘리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최예용의 환경보건 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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