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정당 ‘우리미래’ 공동대표 우인철 “우리는 노동 바깥에 방치된 청년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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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미래’라는 정당의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접 참석해 치사를 했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도 참석했다. 눈길을 끈 것은 이 정당의 정책자문위원장이다. 방송인 김제동이었다. 현직 국회의장까지 참여한 제법 성대한 창당대회였다.

우리미래는 당원 평균연령 35세로, 명실상부한 2030정당이다. 이 정당은 20대 남녀·30대 남녀 등 모두 4명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 중 우인철 공동대표(31)는 30대 공동대표다. 그는 정당 대표로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기자의 인터뷰는 작가의 인터뷰와 달리 상대(인터뷰이)의 말을 충실히 전달하는 것에 있지 않다. 기자의 인터뷰는 독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묻고,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공동대표는 먼저 창당과정부터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청년대회를 하면서 창당에 대한 기본적 의견이 모아졌다. 1월 15일 발기인 대회를 했고, 서울·인천·대구·부산·경기 5개 시·도 창당작업을 마치고 3월 5일 중앙당 대회를 열었다. 3월 10일 선관위에 창당 신청을 했다. 광주도 곧 창당한다.”

[원희복의 인물탐구]2030정당 ‘우리미래’ 공동대표 우인철 “우리는 노동 바깥에 방치된 청년을 대변한다”

당원은 6000여명에 진성당원은 600여명

처음 창당 발기인 1000명이 1억원의 창당자금을 모아 월세 당사를 마련했다. 현재 당원은 6000명이 넘지만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은 600명이 좀 넘은 정도다. 의외로 당원 수에 비해 진성당원의 비율이 낮다. 우 공동대표는 “정당 가입은 당비 금액과 상관없이 개인적 결단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기성 정당은 온라인으로 당원을 모을 수 있는 데 비해 신생정당은 직접 종이에 주소·주민번호 등을 받아야 한다”고 당원 모집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존 정당의 청년정책은 뭐가 부족하다고 느껴 창당했는가.

“우리는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말고 다른 새로운 축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정치는 기득권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청년들의 요구가 제대로 대변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기성 정치권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실제 구현된 것이 뭐가 있는가.”

2012년 창당됐다가 해산된 청년당의 재건인가.(당시 청년당은 총선에서 지역구 3명, 비례대표 4명을 출마시켜 총유효투표 5569표, 정당득표 0.34% 등 모두 7만3172표를 얻었지만 해산됐다)

“2012년 청년당 때도 다양한 세력이 모였고, 해산될 때도 각자 헤어졌다. 이번에는 그때 청년당 했던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다. 그때 득표는 미흡했음에도 많은 지지를 받았고, 고맙게 생각한다.”

당을 만들려면 당사 유지와 선전활동 등 적잖은 돈이 든다. 국고보조도 못 받고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600명밖에 안 되는데, 당이 유지되나.

“어렵다. 창당준비위 때 모금한 1억 가지고 지금껏 당을 운영해 왔다.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확보가 중요하다. (대표) 판공비도 없고 당사도 월세로 있다. 재정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미래는 정치현안에 대해 논평을 내긴 했지만 관심을 가지는 곳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도 없었다. 따라서 당의 정강·정책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미래의 정강·정책을 보면 최저임금 1만원, 무상 대학교육, 3년 육아휴직, 16세 선거권 도입, 전 국민 기본소득, 주 35시간 근로 정착 등 매우 선진적이고 진보적이다.

노동정책은 매우 진보적이다. 기존 진보정당과 차별성은 무엇인가.

“진보정당은 소득이 높은 거대 노조가 주요 지지기반이다. 그런 분들(거대 노조 노동자) 열심히 노력해 그런 소득을 올리는 것이긴 하다. 그래서 진보정당은 비정규직 노조에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노동 밖에 방치된 청년들의 얘기를 할 수 있다.”

일부 청년단체들이 기존 민주노총을 귀족 노조라고 비난하는 그런 맥락인가.

“거대 노조의 지원을 받는 민주노총은 청년이나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 귀족노조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의 역사나 노동운동을 폄훼하는 것 같아 조심스러운데, 노동운동 선배세대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추가돼야 한다는 의미다.”

통일정책을 보면 통일자치도 신설, 평화협정 체결, 통일연방제 등 이 역시 매우 진보적이다. 젊은 당원들이 그렇게 통일문제를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나.

“내부 투표를 해봤는데, 통일문제에 적극적인 친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다. 우리나라의 비전을 봤을 때 통일이 새로운 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리공연, 거리연설로 당원 모집

우리미래의 노동·통일분야 정책은 매우 무겁고 진보적이다. 외국의 경우도 주 35시간 근로, 시급 1만원은 처절한 투쟁의 결과다. 특히 통일문제와 관련해 ‘연방제’라는 단어는 ‘북한의 주장과 동일하다’고 여겨 국가보안법 위반인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통일문제에서 연방제라는 표현은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서 우 공동대표를 비롯한 실제 우리미래의 분위기는 무겁거나 처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10일 박근혜 탄핵이 결정됐을 때 광화문에서 우리미래 당원모집 행사를 관찰했다. 작은 스피커를 목에 걸고 젊은 남녀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요즘 젊은이들과 TV에서 유행하는 버스킹, 즉 거리공연이나 거리연설이다.

사실 우리미래의 전신인 청년당은 2011년 당시 교수 안철수와 경제평론가 박경철 등이 청년의 고민과 희망을 토론하던 전국강연 ‘청춘 콘서트’에서 비롯됐다. 이 행사가 ‘안철수 현상’으로 발전하면서 안철수는 정계에 뛰어들고, 청춘 콘서트 서포터들이 청년당을 만드는 데 대거 참여했다. 우 공동대표는 “청년당이 청춘 콘서트와 연결되긴 했지만 (안철수 의원과) 관련은 없다”면서 “안철수 의원은 직접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우리미래에는 방송인 김제동이 정책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 청년들이 이런 취지로 세상을 바꿔보려 하는데 자문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 분은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스피커이기도 하고, 청년문제를 꾸준히 얘기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시민에게 마이크를 돌려주는 사람이라고 본다. 그런 우리의 요청에 응한 것이다.”

청춘 콘서트가 정당의 모태가 되고, 방송인 김제동의 자문을 얻은 것이나, 정강·정책을 보니 ‘생활 속의 정치 수다’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정치나 정당을 너무 예능화하는 것 아닌가. 정당은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 모인 집단’이다. 물론 정치가 무거울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니다.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한 조직이라는 정당의 정의부터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당은 권력을 잡는 것이 아닌 민의를 대변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아래로부터 민의나 정책을 수렴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정치를 예능화한다는 지적은, 김제동씨는 방송인 이전에 시민이고 그의 성주 연설이나 탄핵 발언 등을 보면 절대 예능인이 아니다.”

김제동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청춘 콘서트나 TV의 버스킹, 정치 수다와 같은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사를 보면 당론에 따라 목숨을 버리거나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감옥에 가거나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의 진지함이 결여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기성 정당에도 진지한 사람도 있고, 가볍게 정당활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당에도 정당활동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정치에 참여하는 문턱이 너무 높다. 정치의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3월 5일 ‘우리미래’ 창당대회에서 우인철 공동대표(맨 오른쪽)와 김소희 공동대표(왼쪽 두 번째)가 정세균 국회의장, 노회찬 의원과 나란히 앉아 있다.  / 우리미래 제공

3월 5일 ‘우리미래’ 창당대회에서 우인철 공동대표(맨 오른쪽)와 김소희 공동대표(왼쪽 두 번째)가 정세균 국회의장, 노회찬 의원과 나란히 앉아 있다. / 우리미래 제공

청년문제 관심 가지면서 정치·세상 배워

우 공동대표는 1985년 전북 진안 출신이다. 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2005년 한양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시절에도 총학생회 활동이나, 소위 학생운동을 해보지 않았다. 그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 동아리도 경제 관련일 뿐 학생운동은 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자가 ‘당시에도 한국대학생연합 등 대학생 차원의 노동·통일운동 모임이 있었다’고 지적하자 그는 “솔직히 대학 때는 취업 이외에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서울시에서 만든 청년허브(청년활동 지원 거버넌스)에서 2년 반 근무했다. 이때가 청년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고, 인문학 공동체 연구 모임인 ‘수유너머’와 청년단체 ‘청년포럼’을 통해 정치와 세상을 배웠다. 학원강사를 하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청년당을 창당해 당시 26세, 최연소 비례대표 후보가 됐다. 아직 미혼이다.

정치는 매우 복잡하다. 이런 정치에 충원되는 과정은 평소 지역·학생·시민·사회운동을 거쳐 기성 정당에 가입한 후 당원으로 의무를 이행하며 선거훈련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정치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기성 정당의 청년당원들도 대부분 학창시절부터 치열하게 현장에서 학생·시민·노동·통일운동을 경험한 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경험이 전무한 청년들이 TV가 만든 ‘청춘 콘서트’ 분위기에 편승해 정당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영속적일까 솔직히 우려된다. 이런 기자의 지적에 우 공동대표는 “어떤 지적인지 알 수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청년의 문제를 풀어가는 단체에서 일했고, 청년 모임에서 학습도 하고 현장도 찾고 캠페인도 했다”고 말했다.

당의 정강에 1987년 민주화를 통해 얻은 국가운영 시스템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개헌을 하자는 얘기인가. 어떤 개헌을 말하나.

“이번 촛불시위를 보면 지도자가 그렇게 잘못했는데 국민이 소환하는 제도가 없다.”

탄핵이라는 제도가 있지 않나. 그것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않았나.

“그것도 국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 국민이 거리로 나와서 한 것이다. 선거 때를 제외하고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미국도 대통령을 소환하는 제도가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에도 일부 주에만 있는 소환제도가 지방정부 모두에 적용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소환제도는 미국보다 선진적이다.

“시민의 참여가 반영되는 직접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개헌 작업 처음부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또 권한이 너무 중앙에 집중돼 있다.”

기초자치단체 규모인 인구 30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와 우리나라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도 개헌은 물론 시행령 하나 고치는 데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장치가 다 있다. 중앙과 지방의 권한 문제는 지방분권에 관한 문제다.

질문이 토론이 되는 느낌이라 이 정도에서 그쳤다. 우리미래는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려고 한다. 그러나 당원이 젊다보니 대표단에도 피선거권이 없다. 우 공동대표는 “후보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우리미래는 내년 지방선거에 300명을 출마시키는 데 더 중점을 두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연동형 비례대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우리미래의 정책은 좋은 사항을 쭉 나열해 현실적이거나 정교하지 못하다. 우 공동대표도 “솔직히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당 대표 역시 정치와 행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인터뷰를 마친 기자는 조금 ‘허무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거꾸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우 공동대표의 모습, 그가 말하는 청년들이 보통의 우리 청년들 모습 아닌가. 취업에 목말라 하는 요즘 대학생들이 학내문제나 시국문제, 특히 통일문제에 얼마나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질까. 지금 대학생과 청년들을 기자가 살았던 1980년대 시대상에 무리하게 꿰어 맞추려는 것은 아닐까. 지금 대권주자마저 진지한 TV토론보다 예능프로 출연을 선호하는데, 기자만 ‘정치는 진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기자가 요즘 청년세대를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글·사진 원희복 선임기자·이상훈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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