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시대는 가능한 한 모든 추론을 멈추면 안 되는 시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교통방송 아침 시사프로 진행 세 달째 김어준씨

9월 26일이 첫 방송이었으니 두 달을 훌쩍 넘겼다. tbs교통방송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김어준 ‘공장장’이 진행하는 라디오 시사토크 프로그램이다. 아침을 준비하는 처 덕분에 듣게 되었다. 출근을 해야 하니 끝까지 들으면 지각이다. 다운로드를 위해 오랜만에 팟캐스트에 다시 접속했다. 부동의 1위다.

원래 아침 출근시간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전쟁터였다. 그리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등장. 방송 첫 주 만에 동시간대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의외로 포털뉴스 검색을 해봐도 tbs에서 자체 전송하는 기사와 일부 인터넷 언론의 검색어 노출용 기사 외엔 기존 언론이 인용보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탄핵정국이 한창 진행되는 중 안희정, 문재인, 박원순 등 주요 대선후보군을 차례로 섭외해 출연시켰는데도 기사는커녕 관련 언론사 ‘정보보고’가 올라오는 경우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다른 아침 시사프로그램 출연자 발언 기사 인용빈도에 비하면 확실히 ‘김어준의 뉴스공장발’ 뉴스는 떨어진다. 왜일까. 일종의 관성? “인용을 하더라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고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아니라 ‘한 방송에 따르면’ 식이다. 주류매체 입장에서는 김어준을 재인용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면도 있지 않나 짐작하고 있다.” 12월 8일, 충정로로 옮긴 ‘벙커1’에서 김어준 ‘공장장’을 만났다.

t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은 8일 방송을 마치고 서울 충정로 ‘벙커1’에서 찍었다. / 이상훈 선임기자

t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은 8일 방송을 마치고 서울 충정로 ‘벙커1’에서 찍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어느 정도 이해되긴 한다. 시사주간지 발 ‘특종’도 웬만하지 않으면 인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인용하더라도 ‘한 매체에 따르면’ 식으로 한다.

“내가 진행하는 인터뷰 특성도 있겠다. 미리 주고받은 사전 질문지에 따라 약속된 대련처럼 주고받아 기사화하기 좋게 정리되는 인터뷰가 아니다. 대본 없이 상대 답을 듣고 실시간으로 다시 질문하니 어수선하고 돌발적이다. 때로 다른 모든 질문은 무시하고 한 가지 질문만 반복하기도 하고.”ㅤ

그래도 출연자의 경우, 자신이 발언할 내용을 정리해 오지 않나.

“작가들이 사전 질문지를 게스트에게 미리 주지만 항상 덧붙이는 말이 질문지와 무관하게 진행될 거라는 언질이다.”

출연자들도 당황스럽겠다.

“정해진 대화만 주고받을 거면 그냥 기자회견하고 보도자료 내면 되는 거다. 뭐 하러 굳이 인터뷰를 하나. 공적 인물들이 준비되지 않은, 평소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게 두렵고 불편하겠지만, 난 그들을 대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드러내는 역할이다. 불편한 질문에 답을 하든 하지 않든 그 자체가 청취자에게는 판단기준이 되는 거고.”

촛불시위에 나와 ‘걱정 말아요 그대’, ‘애국가’ ‘행진’을 불렀던 가수 전인권씨 출연분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전인권씨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고, 생방송이었기 때문에 진행자인 김어준 공장장이 진땀을 빼는 모습이 청취자 머릿속에 그려진 사건이었다. “그때 당황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실수하든 상대가 실수하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본모습이 드러나니 실수를 즐긴다”고 답했다(나무위키 같은 사이트에는 진행자 김어준의 ‘실수’는 인터넷 한겨레TV에서 <파파이스>를 찍은 다음날인 목요일 아침에 자주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와 있다. 밤늦게까지 진행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다음날 아침 생방송을 진행하기에는 체력적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추론이다). <뉴스공장>을 진행하기 전, 김 공장장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일주일에 한 회씩 제작되어 유튜브 등에 공개되는 <파파이스>를 통해서였다. 이제 매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생긴 만큼,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역할분담 또는 위상의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미리 보낸 질문지를 통해 물었다. “게스트의 폭과 사용 어휘가 다르지만 본질적 차이는 없다. 방송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건 정보가 아니라 태도다. 겁먹지 않아도 된다는. 그래서 이 촌스럽고 위선적이며 폭압적 시대를 웃으며 버틸 수 있는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뉴스공장’을 청취하면서 떠오르는 말은 ‘미친 섭외력’이다. 사실, 이건 아침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손석희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과거 <손석희의 시선집중> 같은 프로그램 진행을 롤 모델을 삼은 것도 있나.

“손석희는 지상파의 교범이다. 하지만 난 다른 아침 시사프로와 경쟁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뉴스공장>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종편을 경쟁상대로 상정했다.”

과거에도 아는 사람은 알았지만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이후 더 유명인사가 됐다. 불편함은 없나. 이를테면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 살 때도 사람들이 다 알아볼 텐데.

“뒤로 돌아 서 있어도 알아본다. (웃음) 나는 무심한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 우쭐하지도 않고 위축되지도 않고 덤덤하게 사는 놈이다. ‘이렇게 해서 너무 신나’ 그런 것도 별반 없고, ‘이건 큰일났어’ 하면서 좌절하지도 않고. 또는 ‘아, 저 사람은 권력자’ 하고 위축되는 것도 없고. ‘후줄근한 인생’ 앞에 으쓱해지는 것도 없다. 인격수양을 통해 도달한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덤덤하다.”

특정 입장을 전제한 편파적 진행이라는 비판도 있다. 방송에 출연한 박지원 국민의당 전 비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김 공장장이 이른바 ‘친문’(친문재인)이라는 것이다. 대담집 <닥치고 정치> 낼 때부터 문재인을 주목한 것은 사실인데.

(김어준 공장장은 인터뷰 후 문자메시지로 이 부분에 대한 보충의견을 보내왔다. 다음은 문자로 보낸 의견이다)“난 문재인 좋아한다. 뭐가 문제인가. 그게 공격이 된다는 생각 자체가 유치하다. 선호가 없다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비겁하거나 자기기만이다. 오로지 문재인만 대통령, 이 생각은 없다. 진보진영 후보군이 이렇게 훌륭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누구 하나 대통령에 부족하지 않다.”

연관되어 나오는 이야기가 김어준 공장장이 사건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여전히 어떤 배후의 의도나 음모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시 문자로 보충해 보내온 답변이다) “물론 세간에는 황당한 음모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모든 추론은 입증되기 전까지 음모론이다. 자신의 경험치를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 가설을 무작정 음모론이라 공격하는 건, 그것이 사실로 입증되는 공포를 거절하는 방어기제거나 공작적 기획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설마’이거나 단순한 지적 상상력의 부재이거나 그 자체가 방해공작이거나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시대는 가능한 모든 추론을 의도적으로 멈춰서는 안 되는 시절이다. 비밀과 공작이 그들을 지탱하게 한 양 축이다. 세월호를 보라.”

손석희 사장도 정치권에서 영입 제안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을 진행하다보면 왜 이렇게 안 하는 걸까, 내가 만약 정치를 한다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진 않나.

“전혀 없다. 나는 내 맘대로 사는 사람이다. 언제나 그렇게 살아왔는데, 우연히 시대가 맞아 어느 순간 방송도 하고 주목도 받는 시점이 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날 것이며, 잠시 주목 받는다고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자기가 아닌 사람이 될 방도가 있나. 언제나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거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인터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