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재난, 정보가 생명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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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사전 예측이란 불가능한 일이다. 지진 대국 일본은 이 분야에 조예 깊은 국가이지만, 앞으로 찾아올 재앙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자성에 자괴감을 이미 겪고 있다. 거액의 세금이 연구에 투입되었지만, 동일본대지진도 구마모토 대지진도 모두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사건이었다. 지진 예측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소장파 학자들의 양심발언도 화제가 되었다.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히 예측 못하는 일이었으니 누구 탓을 할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또 어딘가에 지진이 일어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규모에 비해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다. 만약 진앙이 저녁식사 시간 도심부 아래였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본 고베 대지진의 피해가 컸던 이유다. 가옥 붕괴와 화재는 지진해일 못지 않게 무섭다.

하지만 예측은 불가능해도 대책은 가능하다. 일이 터진 후라도 그 일이 나에게 닥치기까지는 결정적 판단과 행동을 할 시간이 있다. 그것이 불과 십몇 초라도 그 시간의 판단에 따라 생사는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태풍의 경우는 오늘 내가 태풍을 맞으리라는 사실을 전날 알 수 있다.

10월 5일, 태풍 차바로 부서진 부산시 주차타워. / 이종섭 기자

10월 5일, 태풍 차바로 부서진 부산시 주차타워. / 이종섭 기자

삶을 가르는 것은 순간의 판단이다. 2011년의 우면산 산사태. 상습정체지역 남부순환로는 텅 비어 있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살린 이는 무모해 보였지만 직감에 따라 도로 차단을 감행한 경찰관이었다. 도로 차단 수십분 뒤 거대한 흙더미는 도로를 넘어 아파트까지 밀려왔다.

같은 해의 동일본 대지진. 한 초등학교는 학생의 약 80%가 희생되고 말았다. 매뉴얼대로 운동장에서 점호 후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쓰나미는 지진 발생 후 무려 51분 뒤에나 찾아왔기에 안타깝다. 반면 전원 구조된 주위의 초등학교는 교사의 직감에 따라 산으로, 그리고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직감이란 직업적 경험이기도 하고 지역민의 지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정보다. 구조된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지진으로 정전된 상태에서 차로 뛰어가 TV를 켰다. TV에서는 해일경보가 지도와 함께 번쩍이고 있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려 결단을 내렸다.

재난은 이미 발생해 버린 상황. 처음 겪는 일에 인간은 판단을 보류한다. 즉각적으로 그 정보와 행동요령이 전달된다면 본능이 움직일 수 있다. ‘이상하네’ 하면서 동영상이라도 찍으려 집어 든 폰에 삶과 죽음을 가를 정보가 흐를 수 있다면 어떨까?

이렇게 IT와 통신은 정말 말 그대로 생명선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이번 지진에도 통신망이 부하는 걸렸어도 시설 피해는 크게 없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였다. 폭염에는 잘도 보내던 정부발 문자가 정작 지진이 닥쳤을 때는 오지 않았다. 3G 사용자들에게는 아예 가지도 않는 문자다.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조차 전진과 본진에서 다 마비되어 빈축을 사고 말았다. 일본 기상청보다 70배 무거운 페이지라고 질타가 이어지자 17배 무겁게 개선했다.

민간도 나을 바는 없었다. TV에서는 태연하게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톡도 마비 상태였다. 그나마 외산 SNS를 통해 사태 파악을 하는 정도였다.

일본은 대지진 이후 증강현실(AR)을 통한 위기재해정보 서비스라든가 재해 시를 위한 원격의료 서비스 등이 스타트업을 통해 생겨났다. 정보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을 것이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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