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옥바라지 골목 철거 중단 선언,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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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좋다”며 옥바라지 골목 철거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 뉴스앤조이 동영상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좋다”며 옥바라지 골목 철거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 뉴스앤조이 동영상 캡처

“시장님이 저렇게 이야기했는데도 이후 용역들은 문서가 안 왔다며 결국 철거했다는데, 혹시 박원순 시장님 방문 후 지금 저곳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아시는 분 공유 부탁드립니다.”

5월 중순, SNS를 타고 이슈가 된 한 동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5월 17일 낮 12시쯤 찍힌 영상이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속칭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담았다. 철거용역 사무실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타났지만 현장 책임자들의 모습은 없다. 결국 20여분 늦게 나타난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국장을 앞에 두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말한다. “지금 우리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이 공사는 없습니다. 제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좋아요.” 상황을 지켜보던 철거민들은 이 ‘뜻밖의 선언’에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바다가 됐다.

<뉴스앤조이>가 찍은 이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약 50만7700회. 페이스북 기준으로 공유만 5300여건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박 시장이 현장을 떠난 이날 오후 결국 철거되었다는 이야기부터 이미 90% 이상 공사가 진척된 상황에서 대권을 염두에 둔 박 시장이 벌인 일종의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맨 위의 누리꾼이 전하는 것처럼 박 시장이 돌아간 뒤 철거는 계속되었을까. 5월 19일 저녁, 옥바라지 골목 상황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송해온 도시재생대안 단체 ‘리슨투더시티’ 박은선 활동가에게 물어봤다. “업체가 변경되긴 했는데 용역들은 아직 상주하고 있습니다. 박 시장이 간 다음 조합 측에서는 자기네들은 하루 일당을 줘 용역을 고용했는데 급하다며 두 시간 사이에 또 철거를 진행한 것도 사실이고요. 다만 구본장여관은 아직 손대지 못하고 있어요.” 박 활동가에 따르면 박 시장과 면담이 예고되어 있었는데도 이날 새벽 조합 측은 용역 60명을 동원해 무리한 철거집행에 들어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영상에 생생히 찍힌 용역들의 활동도 박 활동가에 따르면 용역정비법이 개정되면서 불법이다. “2013년도에 법이 바뀌면서 용역들은 동일한 제복을 입고, 회사의 마크가 보이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었거든요. 용역들의 활동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조치를 할 계획입니다.” 사실, 관련 소송도 거의 끝난 마당에 박 시장이 말한 공사를 중단할 ‘수단’은 없지 않을까. 박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실 법으로 따지면 복잡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우리의 입장은 인혁당까지 옥바라지 역사가 있고, 소설가 박완서씨가 놀던 골목을 롯데캐슬 아파트 네 동과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무조건 안 된다는 것도 아니었어요. 철거하는 대신 앞쪽에 옥바라지 타운을 만드는 것 같은 생산적 절충안이 가능하다고 이미 제안을 해뒀던 상태였습니다.” 기왕 이슈가 된 마당에 협의를 통해 생산적 대안을 마련하는 선례가 되기를.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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