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피닉제, 부활할 수 있을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이번 20대 총선 SBS 개표방송의 이인제 의원 소개 영상. 인터넷에서 붙은 별명 ‘피닉제’를 형상화했다. / SBS 캡처

이번 20대 총선 SBS 개표방송의 이인제 의원 소개 영상. 인터넷에서 붙은 별명 ‘피닉제’를 형상화했다. / SBS 캡처

“이번 총선 최대의 수확. 1. 오세이돈 아웃, 2. 거 경기도지사인데 아웃, 3. 김종훈 아웃, 4. 황우여 아웃….” 총선 다음날 저녁.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오세이돈은 오세훈, ‘거 경기도지사인데’는 김문수다. 이번 총선에서 떨어진 인물들을 열거하며 이 글의 게시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추가 인물 더 받습니다. 피닉제 안 받습니다.”

피닉제? 이인제 의원에게 붙은 별명이다. 불사조(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다. 이번 총선에서 그의 7선 여부는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될 뻔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도 찍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그가 벌였던 100여표차 엎치락뒤치락 게임은 새벽 1시가 훨씬 넘어서야 결론났다. 최종 결과는 1068표차. 불패의 신화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피닉제라는 별명이 붙은 건 그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었다. 총선에서 지금까지 여섯 번 생환했다. 하나 더. 불사조는 새다. 철새의 이미지도 있다. 비록 두 차례의 대권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이번까지 일곱 차례의 총선 도전은 모두 다른 당적으로 이뤄졌다.

피닉제라는 별명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SBS에서는 이번 총선 개표방송에서 그에 대한 소개로 화려한 황금빛 CG로 ‘피닉제 이인제’를 공식화했다(사진). 이인제 의원도 자신에게 붙은 별명에 대해 안다. 과거 인터뷰를 보면 심지어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자랑스러워만 할 별명은 아니다. 피닉제라는 별명이 붙은 또 하나의 이유는 결국 그가 떠난 정당은 모두 문을 닫았다는 것. 그러다 보니 피닉제와 함께 꼬리표처럼 붙은 게 ‘파티(정당) 브레이커’, ‘당원증 콜렉터’라는 또 다른 닉네임이다.

다시 20대 총선. 투표일 하루를 넘긴 4월 14일 새벽 1시28분. 이인제 의원의 트윗 글이 떴다. “주민의 뜻을 하늘의 뜻으로 알고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고장과 나라를 위해 변함없는 열정으로 일하겠습니다.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패배 인정?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시 하루가 지난 뒤, 그는 또다시 트윗을 남겼다.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나라를 덮고 있는 위기의 먹구름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중략)…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이번엔 시국 걱정이다.

한 누리꾼은 “원래 불사조는 재에서 부활하는 상상 속의 동물”이라며 “피닉제께서 ‘재’보궐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선이 끝났지만 불패신화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까. 두 번째 트윗에서 언급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비책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인제 의원 선거사무실로 전화해 봤다. 아무도 안 받는다. “안녕하세요. 새누리당 이인제 선거사무실입니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화연결음만 흘러나온다. 보좌관의 휴대폰으로 전화해 봤다. “피닉제 별명에 대해 취재한다고요? 에이, 그만하죠.” 그는 “의원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나도 모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 보좌관 휴대폰의 통화연결음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언더그라운드. 넷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