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발말똥가리 사냥감 포착 정지비행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강이나 하천을 끼고 있는 농경지를 걷다 보면 한적한 곳의 전신주나 홀로 서 있는 나뭇가지에 꽤나 큰 갈색의 맹금류가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0월 중순이면 찾아오는 겨울철새인 말똥가리다. 말똥가리는 사람이 다가가면 훌쩍 날아가지만 사람이 지나가고나면 다시 앉아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그만큼 그곳의 지형을 익혀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털발말똥가리가 사냥감을 포착했는지 날개깃과 꼬리깃을 펼치고 정지비행을 하며 대지를 굽어보고 있다.

털발말똥가리가 사냥감을 포착했는지 날개깃과 꼬리깃을 펼치고 정지비행을 하며 대지를 굽어보고 있다.

말똥가리는 들쥐나 족제비 같은 작은 포유류를 사냥해 먹지만, 작은새는 물론이고 때로는 물새도 사냥을 한다. 이들은 찾아온 곳에 먹잇감이 풍부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겨울을 난다. 그러니 말똥가리가 활동하는 곳은 그만큼 생태 환경이 건강한 곳이라 할 수 있다.

털발말똥가리가 몸을 웅크리고 경계를 하는 것으로 보아 날카로운 발톱에 무엇인가를 움켜쥐고 있는 듯하다.

털발말똥가리가 몸을 웅크리고 경계를 하는 것으로 보아 날카로운 발톱에 무엇인가를 움켜쥐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말똥가리류는 말똥가리·큰말똥가리·털발말똥가리가 있다. 다른 맹금류에 비해 개체수가 많은 편이다. 그 중에 깃털의 색상이 어둡지 않고 밝고 무늬가 멋스러운 털발말똥가리는 보기 쉽지 않다. 녀석이 공중에서 날개와 꼬리 깃을 활짝 펼치고 정지비행을 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귀족스러워 보인다.

말똥가리는 다른 맹금류에 비해 날갯짓이 날렵하지 않아 많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인지 사냥감을 발견하면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사냥의 기회를 노린다. 치밀하게 계산을 하는 셈이다.

오랫동안 사냥감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던 털발말똥가리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냥감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던 털발말똥가리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말똥가리는 날아다니며 사냥감을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 장소에서 사냥감을 기다리다 사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간간이 주변을 날아다니다 다시 앉아 있던 장소로 돌아와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오랜 시간 앉아 있던 몸을 풀어주기 위한 날갯짓일 수 있다. 수시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맹금류로서의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베리아 동부, 중국 동북부, 몽골, 아무르 등에서 번식을 하는 제2급 멸종위기종이다. 겨울이면 중국 동남부나 우리나라, 일본 등으로 날아와 월동을 하고 돌아간다.

<이재흥 생태사진가>

생태줌인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