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둥 잘린 안동 귀신나무,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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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어떤 지역에 정말 미스터리하고 신비한 나무가 있었다고 해요.” 6월 24일, 한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안동 귀신나무. 안동댐으로 올라가는 도로 한가운데 있었던 회나무다. 이 나무에 얽힌 사연은 유명하다.

1970년대 도로가 개통될 당시, 나무에 대한 소문이 너무 흉흉한 나머지 베어버리려고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그래서 용기 있게 도전에 나선 사람이 있었는데, 즉사했고 또다시 오른 현상금이 탐나 도전한 사람도 잇따라 사망. 그래서 결국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유명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지난 2004년 공중파 방송사 교양프로그램에서 그 소문의 진실을 추적해 방영한 적도 있다.

많은 이야기를 남긴 안동댐 입구의 회나무. 현재 이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삼산사랑방 블로그

많은 이야기를 남긴 안동댐 입구의 회나무. 현재 이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삼산사랑방 블로그

그런데 6월 24일 올라온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08년 8월 새벽, 그 나무를 누군가 베어버렸다. ‘벤 사람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가 이 이야기의 마무리다.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계속 검색해보니 2008년 이후의 이야기가 나왔다. 2009년, 이 나무에 새싹이 돋았다. 안동 시민들 사이에서 보존운동이 벌어졌다. 괴담 때문이 아니라 보물 128호로 지정되어 있는 안동 임청각 앞에 서 있는 나무인데, 일제시대 때 철도가 개설되면서 훼손된 앞마당에 서 있던 나무로 추정된다는 사연 덕분이었다. 시에서는 철제 펜스를 쳐서 새싹이 난 밑둥을 보존했다. 그리고 현재.

“완전히 사라졌어요.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흔적도 안 남아 있습니다.” 안동시 문화예술과 관계자의 말이다. 손상낙 학예사로부터 자세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다시 2010년 8월 3일, 대학생들이 차를 몰다 이 펜스를 정면으로 들이받으면서 남아 있던 뿌리까지 완전히 훼손됐다. 그 후 도로포장하고 지금은 완전히 흔적조차 사라졌다는 것이다. 손 학예사의 말. “사람이 죽는다는 괴담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원래 고목을 신성시하는 민간신앙이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안타깝죠. 안동댐 올라가는 입구에 있던 상징적인 나무였으니.” 궁금증이 남는다. 2008년 베어낸 범인은 결국 안 밝혀졌나. 도로를 관리하는 안동댐관리단 관계자가 흥미로운 ‘뒷소문’을 들려줬다. “풍문이긴 한데, 새벽에 자기 동생이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그 나무를 들이받고 죽었대요. 그래서 형이 술 먹고 전기톱으로 잘랐다고 하던데….”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다. 안동경찰서에 문의해본 결과, 이 사건은 지금도 미제로 남아 있다.

또 궁금한 것. 차로 받았던 대학생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또 나중에 제거작업한 인부들은? 차에 타고 있던 대학생들은 2명이었는데 크게 다쳤지만 사망하진 않았다고 한다. 뿌리까지 뽑아낸 작업은 안동시 건설과에서 했다. “그게 거의 죽은 상태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원래 난 소문이 살아 있을 때 그것을 베면 죽는다였는데, 죽은 나무여서인지 그 작업하고 탈 나신 분들은 없었습니다.” 건설과 관계자의 말이다. 다친 대학생들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혹시 아시는 분이 있으면 제보를 바란다. 결론적으로 안동 귀신나무는 현재 이 세상에 없다. 인터넷 가상공간에 사진으로만 남아 떠돌 뿐이다. 왠지 기자도 안타깝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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