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에 출마한 고승덕 예비후보 “서울교육 가장 큰 문제는 소수 관료의 교육정책 전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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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서울교육감 예비후보는 “현재 서울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감이 일부 소수의 교육관료들에게 둘러싸여서 휘둘리고 있는 것”이라며 “교육감이 되면 공정한 인사를 해서 서울의 교육정책이 소수의 관료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덕 후보는 5월 7일 출마선언 직후 가진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학부모를 위해 아이들과의 대화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서울시교육청을 서비스 기관으로 변모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고 후보는 또 “이념논리, 진영논리로 교육정책이 왔다갔다하면 안 된다”면서 “단순히 정치논리에 의한 후보 단일화에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교육감까지 하려고 한다는 일부의 지적과 관련해 “56년 동안의 제 인생 중 국회의원 경력은 단 4년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현장에서 청소년 지도자로서 활동해 왔고, 전국의 수많은 대학에서 특강을 하는 등 많은 교육경력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사법과 외무·행정고시에 모두 합격해 ‘고시 3관왕’으로 잘 알려진 고승덕 후보는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청소년발전포럼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서울교육감에 출마한 고승덕 예비후보 “서울교육 가장 큰 문제는 소수 관료의 교육정책 전횡”

서울교육감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자연스런 결정이었다. 그동안 청소년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전문가들과 ‘한국청소년발전포럼’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공동대표까지 맡아 왔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 안과 밖의 교육을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학교 안에서는 학생이라고 부르지만, 학교 밖에서는 청소년이라고 한다. 학교 안에서는 교육부가 담당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여성가족부가 관리한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에 대한 진로교육과 체험활동 등이 학교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접목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나도 이런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학교 안과 밖에서 교육의 접합점을 찾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출마를 결심했다.”

정치인(국회의원) 출신이 서울교육감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것 같다.
“56년 동안의 제 인생 중 정치를 한 기간은 4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민들도 나를 정치인보다는 변호사 고승덕으로 기억한다. 제가 살아온 이력을 보면 다양하다. 변호사로 30여년, 방송인 20년, 청소년 전문가 20년, 미국에서의 유학과 업무로 7년 등이다. 정치는 4년이다. 가장 짧다. 나를 정치인이라고 부른다면 동의할 수 없다. 서울교육감이라는 자리는 강단에 선 경험보다도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은 시민들의 공감대를 도출해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교육행정의 수반이기 때문이다. 나는 4년간의 의정활동 중 대부분을 금융위기 방지를 위해 각종 정책을 만들고 입법을 했다. 각계각층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공통분모를 도출해서 법을 만들었다. 이런 면에서 한때 정치인(국회의원)이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문용린 서울교육감 등 보수진영 후보들과 단일화를 거부한 이유는 뭔가.
“나는 처음부터 분명히 선을 그었다. 현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이념논리로 교육정책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교육이 진영논리에 휘말리지 말고 교육은 교육답게 해야 한다는 공통된 요구를 하고 있다. 교육은 철저히 정치로부터 중립이 확보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교육감 후보가 난립하는 구도에서 단지 승리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정책과 인물로 승부하면 어떤 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단순히 정치논리에 의한 후보 단일화에는 분명히 반대한다.”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후보라고 생각한다. 조 교수가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결정됐기 때문에 기본 표는 갖고 있다. 그리고 선거구도도 정반대로 짜여져 있다. 조 교수와 나는 교육정책과 철학이 상당 부분 다르다. 조 교수는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열심히 일관성 있고 진정성 있게 살아왔다. 나도 그동안 흔들리지 않고 일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갖고 살아왔다. 다른 후보들보다 조희연 교수를 가장 주목하고 있다.”

서울 교육비전으로 ‘공감교육’을 제시하고, 공감교육의 인재상으로 ‘수퍼스타’를 소개했다. ‘공감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깜짝 놀란 것이 서울교육청에 아이들을 어떤 인재로 키우겠다는 인재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육과정을 보니까 그냥 민주시민으로 키운다는 것뿐이었다. 반면 선진국은 대부분 아이들을 이런 시민으로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인재상이 있다. 남들과 소통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일하고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인성을 갖춘 공감형 인재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인재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공감교육’이다. ‘수퍼스타’는 ‘수’업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학습), ‘퍼’스낼리티가 바른 아이(인성), ‘스’스로 꿈을 찾는 아이(진로), ‘타’인과 나누는 아이(공동체 정신)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공감교육’은 또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고, 교사와 아이들, 학부모와 교육청이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대부분의 후보들이 학생 또는 학교 안전과 관련해 많은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고 후보는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서울에는 지금도 35년 이상된 붕괴될 위험이 있는 학교가 5곳이나 있다. 이 학교에서 아이들은 아직도 수업하고 있다. 만약에 학교가 무너져 아이들이 다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육감이 되면 노후화된 학교 건물을 제일 먼저 보수할 것이다. 또한 서울교육청에 안전 전담부서인 학생생활안전과를 만들 것이다. 학생이 단체로 여행을 할 때는 핀란드처럼 반드시 전문가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사전에 검토해서 위험이 없는 게 확인이 될 때에만 여행을 가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에서처럼 1년에 한 번 이상 소방서와 연계해서 학교에 실제 위험상황과 똑같이 만들어놓고 대피훈련 등 안전교육을 받도록 할 것이다.”

영훈국제중학교 사태를 계기로 국제중·특목고·자사고 등이 학교 간 교육 격차와 교육 불평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다양한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자율형사립고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가 아직 안 나왔다. 실험 결과도 나오기 전에 이를 의미가 없다고 판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자사고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다.”

[정치]서울교육감에 출마한 고승덕 예비후보 “서울교육 가장 큰 문제는 소수 관료의 교육정책 전횡”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재임 당시 17개 학교를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교육감이 되면 이들 학교를 다시 혁신학교로 지정할 것인가.
“혁신학교는 학교별로 평가할 것이다. 어떤 학교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혁신학교도 초·중·고등학교별로 각각 사정이 다르다. 초등학교는 수업을 강요하기보다는 체험활동 등 수업 이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반면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공부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프로그램을 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혁신학교도 시간을 두고 제대로 평가하고, 학교 수준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일반고 발전이 중요하다.
“일반 고등학교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켜서 궁극적으로 자사고, 특목고 등이 자연스럽게 없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반고에도 교과과정과 함께 진로교육, 체험학습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 서울에서는 일반고를 키우기 위해 거점학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정 학교를 거점학교로 지정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이 와서 배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실패했다. 거점학교에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있고, 교사들도 다른 학교의 학생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거점학교에 가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단일 학교에서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최대한 지원해줘야 하고, 단일 학교에서 할 수 없는 것은 교육청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해야 할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복장·두발 규제와 소지품 검사를 허용하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내놓아 서울시의회와 갈등을 빚었다. 현행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인권 문제와 관련해 현행법(초중등교육법)과 조례가 맞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체벌의 경우 현행법에는 간접체벌 정도는 허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조례에서는 모든 체벌은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두발의 경우도 법에는 학교에 일임하고 있지만 조례에는 학생 자율에 맡기도록 돼 있다. 또한 조례가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면도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은 두발에 대한 자율성이 커야 하고, 초등학생에게는 판단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학생지도권이 강화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조례는 초·중·고등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법과 조례가 충돌하고 있는데 교육청은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감은 이런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옆 관광호텔 건립 규제완화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호텔 건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하는 입장에서는 청소년 유해시설인 도박장, 유흥주점 등이 없으면 괜찮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 송파구에 가면 모텔이 많이 있다. 그것은 도박 또는 유흥시설은 아니지만 청소년 유해시설로 볼 수 있다. 모텔이 건전한 숙박업소가 아닌 변질화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을 하는 사람은 그럴 가능성까지 생각해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차단해야 온전한 교육환경이 보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법이 개정돼야 한다. 현행법 상으로 청소년 유해시설을 갖고 있다, 갖고 있지 않다고 단정해서 호텔을 건립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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