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 실종사건,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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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잠들어서 일어나 보니까 지하철에 사람도 없고 옆칸에도 없어서요. 지하철은 10분째 달리고만 있고…. 대체 여기가 어디죠? 여기가 종착역은 지났는데 차량기지도 아닌 거 같아요.”

지난 2월 1일 인터넷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세종님’이라는 닉네임을 쓴 사용자가 올린 “지금 지하철인데 여기가 어디죠”라는 글의 일부다. 자신은 원인재역이라는 곳에서 내려야 하는데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아무도 없는데 그냥 빈 지하철이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단순 해프닝처럼 보였다. 그는 사진 몇 장과 코드가 깨진 글로 자신의 상황을 추가로 알렸다.

‘오늘의 유머’에 세종님이라는 사용자가 ‘여기가 어디죠’라며 올린 지하철 내부 사진. | 오늘의 유머

‘오늘의 유머’에 세종님이라는 사용자가 ‘여기가 어디죠’라며 올린 지하철 내부 사진. | 오늘의 유머

흔들려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사진을 끝으로 소식은 뚝.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다른 사용자들의 관심도 증폭됐다. 게다가 나중에 다른 사용자가 앞서 이 사용자가 올린 ‘%EB%AC%B8%EC%97%B4’ 식으로 깨진 글을 16진수 코드로 변환해보니 “문 열렸는데 내려야 하나요. 인천타워역이라는데”라고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인천타워역?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역이다. 개통 예정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사용자는 졸다가 자신도 모르는 낯선 시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어디선가 그런 내용의 SF영화를 본 듯도 싶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조작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지만 일부 사용자는 경찰에 신고하는 소동(?)도 있었다. 정말 실종된 것일까? 일단 주어진 단서들을 짚어보자.

세종님이라는 사용자가 올린 글에 따르면 탑승하고 있는 전철은 인천도시철도다. 실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1호선 종점역은 국제업무지구역이다. 역 주변은 아직 한창 공사 중이라 이용하는 고객이 거의 없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찍은 역이기도 하다. 인천타워역이 아직 안 지어졌지만 혹시 시험열차가 다니는 게 아닐까. 글을 올린 주인공은 불행히도 그 시험열차에 탑승한 것이고.

“전혀 아닙니다. 국제업무지구역에서 회차하는데요. 공익이나 청소하시는 분이 있어 그냥 타고 가기도 어려울 것이고.” 기자의 요청으로 해당 게시글을 검색해본 인천교통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결론. “재미로 올린 글인 것 같은데요.”

2월 7일 현재, 세종님은 이 게시물에 그 후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댓글은 달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후 행적을 파악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유머의 경우 지난 2012년 국정원 댓글사건의 여파인지, 특정 사용자가 남긴 댓글 리스트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튿날, 그는 다른 게시판에 “뚱녀는 성추행 안 당한다고 생각하나요?”라는 글을 익명으로 올렸다.

주목되는 게시물이 하나 있다. 지난해 11월 5일 올린 인천도시철도와 관련한 정보성 글이다. 글에는 2월 1일 올린 글에 언급된 국제업무지구역, 인천타워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결국 그날 이 사용자에겐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적어도 다른 낯선 시공간으로의 실종…은 아닌 것 같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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