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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비정상의 정상화 아닌 과거청산이 더 시급”

박근혜 정부를 향한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쓴소리가 화제를 낳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을 연 다음날, 김 전 부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 흉내나 내고 불통은 끝까지 짊어지고 가겠다니 쪽박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1월 16일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전 부소장은 “요즘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오지만 하지 않았다. <주간경향>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난 뒤에도 다시 거절할까 생각도 했다”는 첫말을 꺼냈다. 수위가 높았던 트위터의 쓴소리와는 다르게, 인터뷰가 이어진 한 시간 내내 김 전 부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현 정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인터뷰]“박 대통령 행태 대단히 우려스럽고 심각”

요즘 쓴소리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에서 내 트위터 발언을 받아서 기사를 쓰기도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한다. 의견은 반반으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시원하다’고 하는 반면, 나를 좀 걱정하는 쪽에서는 ‘수위가 좀 넘은 것 같다.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고 한다.”

현 정부의 어떤 점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나.
“우선,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이 상당히 후퇴하거나 폐기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성장 이야기만 하고 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말로 박정희 시절 생각이 많이 나게끔 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통문제가 해소된 것이 아니라 불통 이미지만 강화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상당히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김 전 부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어떻게 보면 동병상련의 심정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당시 부친들이 군부독재와 민주화로 대표되는 인물이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는데….
“어차피 숙명적인 관계라고 본다. 박 대통령과는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적이 없다. 같은 대통령 가족으로서 동병상련의 입장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전에 아버님은 민주화 투쟁을 하셨고, 그 대척점에 있었던 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나는 박 대통령이 잘하길 바라지만 현재 행태는 대단히 우려스럽고 회귀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단호하게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역사교과서 논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과거에 김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에서 ‘역사바로세우기’를 천명했다.
“정치와 경제는 맞물려서 같이 가야 되는데, 과거 개발독재 시절에 경제발전을 위해 정치를 희생시키지 않았나. 결국 그렇게 억압적으로 민주주의를 대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게 역사 논쟁으로 드러났다. 과거에 청산되었어야 하는 일제시대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고, 바로 군부독재로 넘어갔다. 또 군부독재에 대한 잔재도 청산되지 못하고 넘어갔다. 물론 문민정부에서 한 번 걸렀지만, 모든 뿌리가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역사 논쟁에 있어서 단순히 과거의 한 시점에 대한 논쟁이라기보다, 그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강의에서 나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일컬어 “비동시화의 동시화”라고 말한다. 전근대·근대·탈근대가 공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시대는 탈근대인데, 전근대와 근대에서 있었던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는 게 더 시급하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초원복집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기춘대원군’으로 불릴 만큼 실세로 손꼽히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분은 우리쪽과 가깝지 않았다. 그 분이 92년 대선 전에 나한테 연락을 해서 만났다. 아버님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대선 때야 손이 많이 필요하니까 돕지 말라고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랬는데 그런 엄청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아버님도 노발대발하셨다. 그것이 영남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했다고는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내가 여론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 사건 후 여론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졌다. 

반대로 초원복집 사건을 폭로한 정주영 후보는 지지율이 올라갔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아버님은 그 분의 행동에 대해서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분은 지금 70대 중반의 나이가 아닌가. 박 대통령의 원로 격으로 여러 조언을 줄 수는 있겠지만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를 맡기엔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 분도 고사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박 대통령도 그런 인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기춘 실장이 아무리 영향력이 있고 과거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런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치를 하는 데는 참 안 맞는다고 보고 있다.”

현재 여당에서 잘 나가는 상도동계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두 분은 공교롭게도 차기 여당 대표를 놓고 격돌하는 양상이다.
“서 의원은 요즘도 아버님 병문안을 온다. 서 의원은 오랫동안 아버지를 모셨던 분이고, 김 의원은 상도동계에 입문은 했지만 뒤늦게 했기에 아무래도 차이가 좀 있다. 상도동계와 민주계는 이제 없다. 상징적으로만 남았을 뿐, 

각자의 정치 야망이 다르고 그에 따라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서운한 것은, 과거 민주화 투쟁 당시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나 신념, 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식은 것 아닌가 하는 게 불만스러울 때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건강은 어떠한가.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 지난해 4월에 입원했는데 곧 퇴원을 앞두고 있어 햇수로 1년은 넘기지 않을 것 같다. 왼쪽 마비증세가 있는데 폐렴 후유증으로 생긴 것이다. 폐렴은 다 나으셨다. YS기념관이 올해 8월에 준공한다. 원래 3월 준공이었는데 늦어졌다. 퇴원 후 그곳에 사무실을 두고 출퇴근하겠다고 하신다.”

김 전 부소장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하나.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는 내가 예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표현은 하지 않으시지만(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아무튼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결국 당신께서 원하셨던 형태는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내가 트위터에 쓴소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 나중에 퇴원 후에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겠지만 나는 또 내 갈 길이 있는 것이고, 아버님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위치가 있으시니까 나라 걱정하는 측면에서 또 말씀하실 기회는 있을 것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상도동·동교동계 원로들이 만든 ‘국민동행’이라는 모임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피력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중도민주세력을 모아 조직화를 시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012년 4월 총선 당시 불공정 경선 때문에 3월에 새누리당에서 탈당했다. 재작년 대선 때 야당 세력이 이기길 바란다고 트위터에서 말했는데, 지금까지도 나는 여당에 복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건전한 야당이 존재해야지만 안정적인 정치 발전이 진행된다. 야당이 바로설 수 있도록 상당히 힘을 보태려고 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도 있다.”

<글·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정리·손현진 인턴기자 bbpie5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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