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영리화’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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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료영리화 저지특위’ 김용익 위원장 “의료 규제 푸는 순간 의료비 올라”

박근혜 정부의 밀어붙이기가 새해부터 심상치 않다. 철도부문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강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의료 영리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들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마치 전격 작전을 펼치기라도 하듯 속전속결로 치고 나갈 기세다. 이에 대해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과 의사협회 등 의료 관련 단체들은 “정부는 병원이 진료가 아닌 부대사업으로 돈벌이에 나서도록 하는 기형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2월 국회에서 의료 영리화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상정을 저지하는 등 의료 영리화 논의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의료 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 김용익 위원장을 만나 의료 영리화를 왜 저지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김용익 위원장은 참여정부 때 사회정책수석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 보건·의료분야 공약을 총괄했다.

[인터뷰]“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영리화’ 막아야”

앞으로 민주당 ‘의료 영리화 저지특위’의 활동계획이 어떻게 되나.
“민족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정부의 의료 영리화를 저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를 진행할 것이다. 2월에 임시국회가 열리면 대정부 질의와 보건복지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도 의료 영리화의 부당성에 대해 질의하고, 정부가 의료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의 국회 상정을 시도한다면 적극적으로 저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닌 ‘의료 영리화’를 추구하고 있다. 의료를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분야의 규제완화를 천명했다. 이를 의료 영리화로 가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나.
“보건·의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 건강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의사·한의사 등에게 면허를 주는 이유는 일정한 지식과 기술 수준에 달하지 못한 사람이 진료행위를 하면 환자의 건강을 오히려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시설 또는 의료기기에 대한 엄격한 규제도 마찬가지다. 의료산업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규제를 풀어버리면 GDP(국내총생산)는 늘어나겠지만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의료비도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료 영리화를 하지 말아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의술은 인술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의료행위의 주요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을 영리법인으로 만들면 병원이 기업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비영리법인을 추구하던 병원들도 결국은 영리법인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병원은 환자에게 진료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의료기기 등의 판매도 권할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끼워 팔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은 병원비 이외에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환자와 의사 사이에 돈이 개입되면 상호간에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다. 결국 의사와 환자가 서로 불신관계가 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의료분야에서 원격진료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원격진료가 실현되면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원격진료가 아니다. 대도시에 있는 병원에서 의사가 두메산골 보건소에 다니는 시골 주민들을 위해 영상자료를 보면서 진단하고 진료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는 의사가 각 가정에 있는 환자들과 영상을 통해 직접 소통하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치료하겠다는 것이다.

즉 의사, 간호사 등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는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직접 투약하는 등 치료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7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 직접 투약하고, 혈당수치를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에 입력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환자 옆에 의료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만성질환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면 차라리 방문 간호사를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최근 의료 영리화와 관련해 온·오프라인에서 진료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의료 영리화가 되면 맹장수술 비용이 수백만원에 달한다는 등 괴담 수준으로 퍼지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말이 도는 이유와 배경을 되새겨봐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서 괴담 수준의 이야기가 퍼지는 것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안과 걱정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 등 여권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요구가 있을 때도 괴담이라고 몰아붙였지만 결국은 대통령까지 사과했다. 국민이 요구하는 바를 괴담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왜 벌어지는지 자세히 조사해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의사협회가 의료 영리화를 반대하는 목적이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하기 위한 행위로 보고 있다.
“보수언론들이 의사협회의 대응에 대해 그 이면에는 수가 인상이라는 목표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프레임’ 전환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욕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일은 명백히 의료 영리화에 대한 것이다. 의료 영리화 반대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진료를 하기 위해 의사들의 양심에서 나오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료 영리화 문제와 총파업과 관련해 개원의와 중소병원 의사, 대학병원 의사들 생각이 다 다른 것 같은데.
“의사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작은 견해 차이에 불과하다. 의료 영리화에 대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간호사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이 모두 반대하고 있다.”

2월 국회에서 원격진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이 국회에 상정 또는 심의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 두 가지 법안이 의료 영리화와 관련해 핵심 법안이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됐는데,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월 국회에 의료 영리화를 위한 의료법 또는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하면 민주당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정부는 한편에서는 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대다수 법률 전문가들은 원격진료 도입 등은 관련법을 고치지 않고는 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의료법 등 개정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합의로만 가능하다. 원천적으로 새누리당의 ‘날치기 처리’가 불가능하다. 사실 2월 국회에서는 기초연금법, 기초생활보장법 등 눈앞에 놓인 현안을 처리하기도 바쁘다.”

의사협회는 한편으로는 정부에 대화를 제의하면서, 정부와 협상이 안 되면 집단 휴진 등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의사들이 파업하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환자들이 제때에 진료를 받을 수 없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민주당은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다. 의사협회가 당초 오는 3월 3일에 파업을 예고했던 것도 2월 국회 진행과정을 두고 보겠다는 뜻이었다.”

<글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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