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모들 1순위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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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은행권 신입 공채에 작년보다 3만명이나 많은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전반적인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정부 눈치를 보느라 채용 규모를 300명 정도 늘린 효과였습니다. 은행권에 몰리는 구직자들의 행렬을 보면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의 흐름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 우연히 만난 한 60대 개인택시 기사는 남모를 속앓이를 털어놓았습니다. 신촌의 한 명문대 경영계열 3학년인 외아들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은 1970년대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젊은 시절부터 성공을 좇아 이런 저런 사업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들은 “잘해야 50대에 쫓겨날 대기업에 뭐 하러 들어가느냐. 부모 ‘빽’도 없어 어차피 임원까지 승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9급 검찰직 공무원을 목표로 올 초 노량진 고시촌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아들 눈에 사업에 실패해 택시를 모는 자신보다 여고 졸업 후 우체국에 들어가 내년에 60세 정년을 맞고 월 400만원 가까운 연금을 수령할 아내가 훨씬 나아 보였던 모양이라고 그는 자조적으로 말했습니다.

며칠 전 서울 대치동 50대 사교육 컨설턴트 A대표로부터 들은 내용도 뜻밖이었습니다. A씨는 강남권 부모들이 과거와 달리 자식에게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을 권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1순위는 5급 외무/행정직 공무원이라는 것입니다.

명문외고, 명문대 글로벌 전형, 고위 공무원으로 이어지는 순서가 강남 부모들이 희망하는 자녀들의 신종 코스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는 외무고시 제도가 폐지된 후 강남 출신에 유리한 외국어 능통자 전형이 도입되는 점, 고시과목별로 많게는 수백만원씩 부모 지원이 필요해진 점, 고시 합격자에 D외고 등 강남 명문고 인맥이 주류로 떠오르는 점 등을 배경으로 거론했습니다.

이쯤 되면 창조경제 주창자인 박근혜 정부 고위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강남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희극적으로 들립니다.

한 국가의 ‘경제 생태계’가 어떤 단계이건 공무원이나 은행원, 공사 직원은 창조경제의 주역이라기보다 조역에 해당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지금처럼 평소 혹은 유사시 세금이 투입되는 공무원직과 공사, 은행에 명문대생이 몰리고 사회 지도층까지 나서서 이 같은 시류를 선도하는 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는 ‘구두선’에 그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이상연 <‘알면 붙고 모르면 떨어지는 취업 101’ 저자, TGS커리어컨설팅 대표> webmaster@greatst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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