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새정치’ 매몰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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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 안철수의 미래

2011년부터 계속된 안철수 열풍은 그의 국회의원 선거 당선으로 일단락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새정치’라는 구호도 이제 여느 재야인사의 외침이 아니라, 상당한 헌법적 권한을 보장받은 국회의원의 주장이다. 안철수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다음 가는 파괴력 있는 정치인이 된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일련의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파괴력이 원내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바로 ‘새정치’라는 구호가 얼마나 대중에게 현실감 있게 스며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보통 개혁에는 통찰력 있는 문제인식, 창의적인 해법, 확실한 추진력이 고루 필요하다. 그 셋 중 부족한 것이 있다면, 결국 성공한 혁명가보다는 어설픈 딜레탕트에 머무르기 쉽다. 안철수 의원이 미국 체류 중에 감명깊게 봤다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주인공들은 문제인식까지는 잘 해냈지만, 어설프다고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해법 제시와 추진력을 보여줬다. 안 의원은 성공한 개혁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4월 25일 안철수 의원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4월 25일 안철수 의원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안 의원의 주지지층인 젊은 층은 문제인식만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정치인이 되려면 이제 해법 제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안 의원이 대선과정에서 제시한 정치쇄신안들은 본인의 독창적인 생각이 아니라 김성식 전 의원이 참여했던 18대 국회 새누리당 초선 쇄신파 모임 민본21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게 대부분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안 의원의 생각들이 야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배려라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사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겠다는 안 의원의 공약에 대해 노회찬 전 의원은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학생을 줄여야 한다는 것과 같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유를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인다면 우연하게도 노 전 의원과 안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은 바로 감축 대상 지역구다. 감축 대상 지역구 의원이 된 안 의원의 입장이 궁금해진다.

정당보조금을 축소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진보정당에서 50만~100만원의 박봉을 받으며 정책을 연구하는 당직자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다. 그들은 어느 인기 있는 대중정치인이 무심코 던진 정치개혁안에 맞아죽는 개구리 신세가 된 것이다.

배려의 가치는 진영논리에 빠진 기성정당들이 함유하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다. 그래서 초당파적, 초이념적 정치인 안철수에게 배려를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보처럼 정치권에 대한 공분을 확장시켜 대중의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안 의원이 말하는 ‘새정치’의 전부라면 비슷한 인식과 해법을 보여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책과 유사한 결말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시스템과 인물들을 부정하고 그들 없이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모든 것을 선과 악의 구도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30 vs 5060]모호한 ‘새정치’ 매몰되지 말아야

나는 안 의원이 본인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호한 ‘새정치’에 매몰되어 설익은 정치쇄신안들을 내놓고 ‘새정치’를 형상화하는 과정에만 집착하지 않기 바란다. 그것보다 야권의 상처받은 사람들을 어루만져주고 자신이 가진 다양한 경험을 정책화해서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잘 지어진 건물처럼 튼튼한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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