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이라는 극약처방 내려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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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 진주의료원 사태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원 추진을 강행하는 것을 보고 그가 과연 독선적인 사람임을 재확인했다. 홍 지사가 경남도지사가 된 것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두관 전 지사가 작년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지사직을 사퇴했기 때문이다. 홍 지사로서는 그야말로 엉겹결에 지사가 된 셈이다. 경남의 사정에 대해서 잘 모르니 무모하게 행정을 추진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홍 지사는 이런 사정을 헤아려 배우면서 일하겠다는 자세로 도정에 임했어야 하는데, 반대로 너무나 오만하고 독선적인 자세로 일을 처리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4월 17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 연합뉴스

4월 17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방의료원의 적자경영 문제는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그런데 유독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섣불리 나섰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의 적자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무엇보다 그 원인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선입견을 가지고 자의적으로 사태를 파악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에게 의뢰하여 정확한 경영진단을 통해서 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로 둘 수 없다 해도 바로 폐업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서는 안 된다. 다른 광역 시·도에서 지방의료원 적자 해결을 위해 펼친 정책을 조사하여 방안을 찾아봐야 했다.

그런데도 홍 지사는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수백억 누적적자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없으니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다른 지방의료원 경영실태에 비추어 적자 누적은 폐업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반론이 대두되자 이제는 강성노조 탓에 폐업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 그 뒤에는 공공의료정책이 박정희시대 때 시작된 좌파정책이라고 공격하고 앞으로는 서민의료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폐업에 반대하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을 요구하자 500억원을 지원해주면 고려하겠다고 되받는다.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해산 조례안을 도의회 상임위에 상정하여 폭력 날치기 통과사태를 촉발했다. 공무원을 동원, 환자들을 강압적으로 내쫓아 2명이 사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자기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여 전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꼴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전임 김 지사가 수행한 인사와 정책 가운데 적절한 것은 계승해야 마땅하다. 올해 초 홍 지사는 문화콘텐츠진흥원과 경남문화재단의 합병을 발표한 바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경남의 문화 발전 수준이 전국의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낙후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새로 만든 기구다. 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예술인을 육성하고 지역민의 문화예술 수혜 기회를 높이는 것이 목적으로 서로 성격이 다른 기구인데도 무리하게 통폐합을 추진했다.

[2030 vs 5060]폐업이라는 극약처방 내려야 했나

검사가 돼 죄인을 다루는 것과 정치가의 역할은 전혀 다르다. 검사는 형사범 위에 군림하고 독선의 자세를 가질 수 있지만, 정치가는 국민을 두렵게 알고 섬겨야 한다. 홍 지사는 아직도 검사 시절 가졌던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도민들에게 불운이고, 본인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가다운 행정가의 자세, 도민을 섬기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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