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본성 테스트한다는 문제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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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 성범죄자 유도수사 논란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영국 등에서 활용하는 유도수사기법 도입을 검토한다고 한다. 이를 보고 먼저 수사기법 사항이 여성가족부의 주된 업무인지 의아스러웠다. 유도수사의 개념과 이에 따른 법사회적인 문제점 등에 대하여 의문이 들어 살펴보고자 한다.

대법원은 함정수사를 본래 범죄의 의사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써서 범죄의도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으로 보고 이는 위법하다고 한 바 있다. 반면 이미 범죄의 뜻을 가진 사람에 대해 범행의 기회를 주는 수사방법은 위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여성부의 유도수사는 후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13세 미만의 청소년과의 성행위는 상호 합의에 의하더라도 범죄다. 따라서 인터넷 채팅방에서 13세 미만의 청소년을 가장한 수사관에게 상대방이 성매매를 요구하는 것과, 실제 13세 미만의 청소년이 얼마를 주면 성행위를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유도한 경우는 다르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 두 가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도수사는 인간의 본성을 테스트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인간은 약한 존재다. 하지만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보면 국가가 종교 심판관처럼 ‘테스트’를 통해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도 있는 사람을 범죄자로 처단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만약 유도수사가 무한적으로 확대된다면 ‘마음으로 간음을 한 자’도 범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돼 모두 처벌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수사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거나 재판이 지루한 소모전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자의적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의 대상과 장소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도 있지만, 그조차 한계가 있다. 또한 정치적 목적 등으로 유도수사가 남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재판 절차에 들어갈 경우 ‘범죄의사’라는 애매한 내면의 상태가 재판상 가장 큰 쟁점이 되어 법리공방에 엄청난 개인적·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여러 문제의 소지가 있는 유도수사 도입보다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원인 분석과 사전예방을 위한 근원적 대책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성범죄자를 많이 검거한다고 해서 청소년 성범죄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성범죄자의 검거보다는 성범죄에 대한 사법기관의 정확한 인식, 피해자 인권보호 및 실효성 있는 손해배상이 중요하다. 또한 성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사법집행이 성범죄 예방 및 사회계도적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2030 vs 5060]인간본성 테스트한다는 문제점 있어

성폭력범의 대다수는 사회부적응자다. 이들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정상적으로 분출하지 못하거나, 순간적 성적 충동에 대한 자기제어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동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 죄는 처벌하되 치료·보호시설에서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확충하는 등 성폭력범을 포용하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바람직한 성문화를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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