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맛집 블로거, 누리꾼 주목받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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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맛집 블로거.’ 지난 7월 말 인터넷에 퍼진 사진의 제목이다. 뭐가 신개념일까.

음식 평은 이렇다. “매운 맛이 일품이었던 오징어돈보쌈입니다. …적당히 매콤한 게 혀가 얼얼하네요.” “녹두, 감자, 부침개. 겉 부분은 파삭파삭하고 속은 부들부들. 전 녹두가 더 좋아서 녹두를 하나 더 시켜먹었네요.” 리뷰만 보면 흔히 보는 블로그 맛집 평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진이다. 하나같이 그릇이 비워져 있다.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이 담겨 있던 흔적들은 남아있다. 그러니까 저 빈 그릇에 오징어돈보쌈, 수육, 녹두전 등이 있었고, 이 미식가(美食家)는 그것을 깨끗하게 다 먹은 후 사진을 찍었다는 소리다.

대학생 조용석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빈 그릇 리뷰’ 사진.

대학생 조용석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빈 그릇 리뷰’ 사진.

일반적인 맛집 소개 블로그를 보면 하나같이 식욕을 돋우는 음식 사진에 공을 들인다. 그냥 똑딱이 사진도 아니라 DSRL카메라로 메인요리를 집중 부각시키는 사진 같은 것이 콘텐츠의 핵심이다. 그런데 그 음식 사진이 없다니? 그게 바로 신개념이라는 평가다.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한 누리꾼의 품평. “역설적으로 음식이 남아있다면 그 집은 맛집이 아니라는 소리가 되겠네요.” 그런데 왜 이 ‘신개념 맛집 블로거’가 좋은 평가를 받는 걸까.

한 2~3년 전부터 인터넷에 퍼진 유명 게시물이 있다. 한 음식점 주인이 올린 글인데, 비싼 요리를 다 시켜먹고 난 다음 자신이 ‘파워 블로거’로 그 음식점을 홍보해줄테니 식대를 받지 말라는 요구를 하더라는 것이다. 기막혀 하는 음식점 주인에게 “그래도 자신은 홍보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지 않는 양심적 블로거”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 게시물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이른바 ‘파워 블로거’에 대한 불신여론이 높다. 아, 오해는 없기 바란다. 실제 유명 음식평론 블로거로 인정을 받는 인사들 중 그런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파워 블로거’를 사칭하는 사람들이다. 이른바 ‘맛집’에 대한 불신도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트루맛쇼>에서 적나라하게 폭로한 TV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 브로커, 일부 음식점의 결탁 같은 거 말이다.

그나저나 궁금하다. 저 ‘신개념 맛집 블로거’는 도대체 누굴까. 블로그 운영자는 대학생 조용석씨(23·원광대 도시공학과)다. ‘빈 그릇 리뷰’의 아이디어는 친구가 제공했다. 그나저나 맛집 선정은 어떻게? 조씨는 “그냥 기존에 다니던 맛있던 집이나 친구들이 맛있다고 한 곳을 찾아간다”며 “어차피 먹고 나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을 못찍었다고 아차! 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맛집 파워 블로거’에 대한 안티로 ‘빈 그릇 리뷰’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 댓글이 많이 달렸을 때 그런 오해도 있는 것 같아 이야기하려 했는데, 전혀 그런 것은 없다”며 “나도 유명 맛집 블로거들의 블로그 소개글을 보고 찾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궁금한 것은 더 있다. 블로그 운영은 언제까지? 콘셉트는 끝까지 유지할 것인지. 그는 “개인적으로 어지간히 맛없지 않으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 쪽이고, 음식을 다 먹고 배부른 후에야 맛있다 혹은 맛없다는 생각이 나는 편”이라며 “직업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취미로 하는 것이니 언제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고, 그냥 가끔이라도 맛있는 데 다녀오면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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