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시청자주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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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자리 잡은 것은 2007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 계기가 되었지만, 아이폰 시작 전에 다양한 PDA와 HPC, 윈도CE 폰, 그리고 블랙베리와 노키아의 심비안 폰이 있었다. 또한 아이폰 이후에 안드로이드폰이 있었기에 스마트폰이 이처럼 대중화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스마트폰이 자리 잡은 것은 2008년부터 2011년으로 약 3년간이었지만 실제 이 모든 과정은 약 10년간 진행되어 왔다. 어느날 갑자기 스마트폰이 세상에 탄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싹이 트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쟁이 있었던 것이다.

[IT칼럼]스마트TV, 시청자주권의 시대

스마트TV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TV 이전의 IPTV는 마치 PDA와 같다. 사실 IPTV나 스마트TV나 둘 다 인터넷, IP 기반으로 기존 TV에서 볼 수 없었던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선 같다. 하지만 스마트TV는 IPTV와 달리 훨씬 개방적인 운영체제를 탑재하여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와 서비스를 손쉽게 즐길 수 있으며, TV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외부의 서드파티(third party)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별점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의 등장과 함께 포털과 검색 서비스가 탄생하면서 언론사의 신문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 것처럼 스마트TV의 등장은 방송시장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스마트TV가 방송의 헤게모니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첫째, 시청자 주권의 시대다. 기존 TV는 시청자가 일방적으로 채널에서 송출되는 방송을 보는 것에만 만족해야 했다. 반면 스마트TV는 사용자가 방송에 참여할 수 있다. 마치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블로그, 뉴스의 댓글, 아고라 등을 통해 독자들이 콘텐츠에 반응하고 직접 기사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스마트TV는 시청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시청자들은 TV를 보면서 인터넷에서 시청한 프로그램에 대해 끊임없이 반응하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어김없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로 반응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에서는 주요 TV 프로그램에 대한 사용자들의 수다가 가득하다. 시청자들은 TV를 일방적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TV는 이 같은 시청자들의 참여와 반응을 더욱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시청자들이 직접 방송 제작과 생산에도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스마트TV 이전에도 유스트림(USTREAM), 아프리카, 팟플레이어 등을 통해 시청자들이 직접 방송을 송출했다. 하지만 스마트TV의 등장은 우리가 보던 MBC, SBS, KBS, 그리고 tvN, M.net 등의 방송 채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TV 채널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국경이 사라지는 글로벌 방송. 이미 애플의 iTV와 구글 TV에서는 아이튠즈와 팟캐스트,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의 방송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전파 방식의 TV는 지역이나 국경의 제한을 받았다. 미국에서 한국의 MBC를 시청하기가 수월하지 않았고, 제주에서는 서울에서 송출되는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고 지역방송국에서 재송출하는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국경을 넘나들며 전 세계를 동일 시청권으로 만들어준다. 스마트TV는 중간에 콘텐츠를 재송출해주는 유통권을 해체할 것이다. 지역방송 나아가 각 국가별 방송을 송출하는 방송사의 헤게모니 주도권을 약화시킬 것이다. 전 세계의 수천~수만개의 채널이 유통될 수 있는 거대한 무국경의 스마트TV 방송 유통 플랫폼을 탄생시킬 것이다. 마치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의 앱이 국경 없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것처럼, 스마트TV의 방송 채널 역시 이렇게 국경의 제한을 없앨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시간에서 VOD로의 시청 행태의 변화다. 수돗물을 틀면 언제든 냉수·온수를 만날 수 있고, 가스레인지를 켜면 언제든 불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문명이 준 혜택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TV에서 보고 싶은 방송을, 보고 싶은 시간에 볼 수 없다. 어제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을 다시 보려면 IPTV 메뉴 곳곳을 뒤져야 하고, ‘TVING’과 ‘POOQ’ 등의 앱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방송 프로그램은 일부 유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메뉴와 구성이 각각 달라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스마트TV는 PVR(Personal Video Recorder)와 클라우드 TV의 제공과 강력한 검색기능 덕분에 좀 더 일관된 사용성으로 편하게 지난 방송을 찾아보고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TV 시대에 시청자는 보고 싶은 방송을 빠르게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디바이스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지현<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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