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인 아웃룩닷컴(outlook.com)을 공개했다. 구글의 지메일에 대항하기 위해 핫메일을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한 것이다. 핫메일은 1996년에 개시된 서비스인데 마이크로소프트는 1997년 4억 달러에 핫메일을 인수했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핫메일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36%로 아직까지는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뒤를 이어 야후메일이 32%, 지메일이 31%를 차지했다. 특히 지메일은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머지않아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메일의 인기에 대항하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닷컴 출시를 단지 이메일 서비스의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명백히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의 경쟁이며 나아가서는 클라우드의 경쟁이다. 지금까지 개인 사용자 및 기업 고객들은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의 라이선스를 구매해 PC에 설치해서 사용해 왔다. 하지만 구글 앱스(Google Apps)가 큰 성공을 거둠에 따라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분야에도 클라우드의 바람이 급격히 몰아치고 있는 상황이다.

7월 1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행사에서 스티브 발머 대표가 오피스36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구글은 현재 지메일, 캘린더, 주소록, 할 일 목록, 문서도구 등 클라우드 기반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앱스는 개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사용자들까지 자사의 도메인을 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용 구글 앱스는 보안 기능의 수준에 따라 사용자당 월 5달러 또는 1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구글에 따르면 2012년 5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400만개가 넘는 기업들이 구글 앱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매일 5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구글 앱스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에 위기감을 느낀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 6월에 클라우드 기반의 오피스365 서비스를 출시했다. 오피스365에는 이메일, 일정관리,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원노트, 셰어포인트 등과 같은 기존의 여러 오피스 애플리케이션들이 클라우드 서비스화되어 포함됐는데, 해당 애플리케이션들 중 상당수가 구글 앱스와 겹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애플리케이션들의 통합을 가속화하고 지메일의 인기에 대항하기 위해, 핫메일을 버리고 지메일과 흡사한 아웃룩닷컴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아웃룩닷컴은 단순 이메일 서비스가 아니다. 무엇보다 아웃룩닷컴은 소셜 네트워크와의 연동을 제공하는 최초의 이메일 서비스다. 아웃룩닷컴의 사용자는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등과 같은 유명 SNS를 연동할 수 있는데, 이는 아직까지 지메일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기능이다. 또한 아웃룩닷컴은 메시지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원노트 등의 클라우드 기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과 연동이 가능하며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스카이드라이브를 통해 문서를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SNS 연동을 제외하고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비롯해 제공되는 기능들이 지메일과 상당히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구글 앱스와 오피스365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우리는 어떤 점을 알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앞으로는 이러한 경쟁이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라이선스 구매 대(對) 종량과금제, 그리고 설치형 애플리케이션 대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의 대결구도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애플리케이션 비용지불 방식의 변화, 애플리케이션 이용 방식의 변화는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계속 확대될 것이다.
류한석 소장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http://peopleware.kr)